3주 후에 뵙겠습니다.

완전 기대돼.

by 글임자
23. 3. 2. 암탉은 태교 중

< 사진 임자 = 글임자 >


"올해는 병아리 볼 수 있겠다, 합격아."

"어떻게?"

"외할아버지가 그러시는데 지금 닭이 품은 지 며칠 됐대."

"정말? 우와 ~ 빨리 보고 싶다."

"3주 정도면 부화하니까 기다리면 되겠지?"


간헐적 병아리 부화, 친정에서 지금 진행 중이다.


"아직도 닭이 잘 품고 있수?"

"그대로 있제. 근디 하나가 없어야."

"어째 없어?"

"뭣이 물어가버렸는가 알이 여섯 개 밖에 없더라."

"그 닭이 먹은 거 아니유?"

"그것이 먹었으믄 껍질이라도 있겄제."

"일곱 개 밖에 안 품고 있었는데 벌써 하나가 줄었구만."


딸도 병아리를 기다리지만 나도 무척이나 기다리는 중이다.

몇 년 전 봄에 병아리가 10 마리 정도 부화해서 그 병아리가 자라, 우리의 피와 살이 된 지 오래다.

과거 20년 전쯤에는 집에서 기르던 닭이 너도 나도 여기저기서 알을 품었고 병아리가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왔었다.

그때는 제법 많은 수의 닭을 기르고 있던 터라 암탉 몇 마리가 며칠간 보이지 않았어도 집에 안 들어온 줄도 몰랐었다.

우연히 우리 집 뒤 샘(우물)에 갔다가 그 옆에 있던 대숲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알을 품고 있던 닭을 마주했을 때 얼마나 당황스럽고도 기특했던가.


아직도 간간히 멧돼지나 고라니가 출현하는 곳에 있는 친정집이라 일단 닭의 숫자만 줄어들었다 하면 애먼 그 짐승들을 원망하곤 했었다.

실제로 방사해서 키운다며 참다래 밭에 어린 병아리들을 풀어놓았다가 수 십 마리를 그대로 야생 동물의 먹이로 바친 셈이 되기도 했다.

"아빠, 닭이 안 품으면 그냥 부화기 삽시다. 요새는 기술이 좋아서 부화도 잘 된다고 합디다."

"그래도 닭이 품어야제. 그래야 더 튼튼하고 좋제, 기계로 부화하면 그것이 쓰겠냐."

최근 몇 년 간 닭이 알을 품지 않아 딸과 하나밖에 없는 사위가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해결책이었다.

물론 무참히 거절당했다.

이것은 마치

"애기한테 모유를 먹여야제, 분유를 먹이믄 쓴다냐?"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굳이 갖다 붙이자면 아빠는 (심하게) 모유 수유 예찬론자시다.

최대한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고 싶어 하지 않으신다.


몇 년 만에 닭이 알을 품었다.

제발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거 어떤 닭들은 품다가 자리를 이탈해 버리고 방치하다가 결국 알들만 썩어 버리는 일도 허다했다.

말 못 하는 짐승이지만 하루 종일 저렇게 한 자리에서 3주 동안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보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사실 제가 다 낳은 알도 아닌데, 알고 보면.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일 저렇게 꼼짝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단다.

하긴, 세상에는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일 때가 종종 있는 법이지.


"고생한다. 어디 가지 말고 잘 품어서 병아리 많이 부화 시켜라."

"..."

그러나, 닭은 과묵한 짐승이다.

대꾸가 없다.

그러니까 닭이지.

아마도,

태교중,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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