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한 당신

또 살뜰한 당신

by 글임자
23. 4. 5. 운과는 상관없는 일

< 사진 임자 = 글임자 >


"얘들아,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있어. 뭐부터 들을래?"

"나쁜 소식 먼저!"

나는 굳이 듣지 않아도 왠지 알 것 같았다, 그것도 정확히!


"설마, 또 딱지 끊었어?"

"어? 어떻게 알았어?"

"내가 속도 좀 지키고 다니라고 그렇게 얘기하니까."

"내비가 거길 못 잡더라."

"내비 믿지 말라니까. 가다 보면 표지판에 단속한다고, 50이라고 미리 알려 주잖아."

"업데이트 한 번도 안 했어? 좀 하지."

"업데이트고 뭐고 그거랑 상관없이 단속한다고 하면 신경을 쓰고 운전해야지. 뭐 그리 급한 일 있다고 그래?"

"운 좋으면 안 찍혔을 수도 있고, 안 좋으면 찍혔을 거야."

"그건 운하고는 상관없어. 60이 확실히 넘었으면 걸렸을 거고, 안 넘었으면 안 걸렸겠지. 정확히 속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모르니까 그러는 거지."

"60 정도였던 거 같은데 안 걸렸을 수도 있어."

"내가 거기 지날 때마다 그렇게 얘기했는데. 조금만 신경 쓰면 될 것을. 거기 사고도 많이 나는 곳이라 진작부터 50으로 바꿨잖아. 다른 차들도 다 천천히 갔을 텐데?"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뒷북쳐봐야 소용없는 일이지마는, 아무리 잔소리로 느껴진다 해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다시금 상기시켜야만 했다.

그러나, 적당한 선에서 멈춰야만 한다.

계속 닦달했다가는 나의 전과를 그가 들추며 반격을 시작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므로.

"그건 그렇고. 자, 그럼 이제부터는 당신의 전과를 파헤쳐 보자."

라고 돌연 '한 오백 년' 전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전에 교묘하게, 내 과거가 들통나지 않을 선에서만이다.


"그래도 오늘 차 수리비는 안 들었잖아, 내가 다 해서. 딱지 나오면 수리비 번 걸로 낸다고 치면 되지 뭐."

"차 손본다고 거기 들인 시간이랑 자기 노동력은 생각 안 해? 수리비 안 들겠다고 직접 해놓고 딱지 끊으면 어떡해?"

"그래도 저거 공업사에 맡기면 몇 만 원은 들어. 근데 내가 다 했잖아."

"그럼 뭐 해. 대신 딴 데다 다 주게 생겼는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그 돈 아껴서 엉뚱한 데다 주게 생겼네? 그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공업사에 맡기는 게 낫지. 맡겼으면 이런 일도 없었지. 고생도 안 해도 되고"

"일단 기다려 봐. 안 걸렸을 수도 있어."


남편은 어지간한 것은 차 부품을 사서 직접 '갈아버린다.'

차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며 몇 년 전부터 공부도 하면서 직접 손보기 시작했다.

한때 차 수리에 취미를 붙여 온갖 공구들을 사들이기도 하셨다.

엊그제도 몇 가지 소모품을 교체했다.

취미인 동시에 한때의 낙으로, 보람으로 삼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손수 차를 손 보면서 하나 둘 배워가면서 그는 얼마나 뿌듯해했던가.

감히 나는 선뜻 엄두도 못 내볼 그 자부심이라니.

물론 기원전 3,000년 경의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알뜰한 당신,

살뜰한 당신,

손수 차를 손봐주시는 당신,

살림꾼이 우리 집에 있었네그려.

하지만,

여기서 아끼면 뭐 하시나, 저기서 다 새는데...

과연 이걸 보고 알뜰하다고 해야 하는 건가?

나는 도무지 판단할 수가 없다.

내가 단순히 돈 몇 만 원 나갈 게 속상해서 그러나 어디?

기껏 힘들게 고생한 게 더 아까운 거지.

차라리 그 시간에 푹 쉬기라도 했으면 덜 억울하기나 하지.


그나저나 결과가 나오려면 일주일은 걸릴 텐데, 과연 그 커트라인에서 얼마나 벗어났을지...

시험이라면 또 모를까, 과락을 해야만 안심이 되는 그런 숫자가 다 있다.

제발 60이 넘지 않았기를...

인생은 60부터, 과속 딱지도 60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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