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도시락 자랑

너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7개

by 글임자
2023. 6. 13.

<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내 친구들은 신기한 도시락 싸 왔어."

체험학습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은 즉시 내게 결과 보고를 하셨다.

체험학습 후기라기보다 친구들의 도시락 관람 후기에 더 가까웠다.


"어떤 도시락을 싸 왔는데?"

굳이 대답을 듣지 않아도 대충은 짐작이 갔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나는 한 번도 그런 류의 도시락을 싸 보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생각은 늘 해 왔다.

아이들 생애 한 번 정도 '나도 한번' 도전해 봄 직도 하다고 말이다.

그러나 늘 생각뿐이었다.

내 계획 속에서만 그 도시락들은 요란하게 인기 캐릭터를 총망라한 그런 것이었다.

체험 학습을 마친 후 담임 선생님께서 올려주신 사진에서는 내 아들보다 남의 자녀들보다 그들 앞에 놓인 각종 다양한 도시락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엄지와 검지로 최대한 확대를 해 보았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벤치마킹할 날이 오리라.


내가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김밥만 싸는 이유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엄마, 내 친구는 여러 가지 소시지를 모양내서 싸 왔어."

소시지는 각종 첨가물이 많아서 몸에 좋지 않대. 가공육이라서 말이야. 고기 그대로 먹는 게 제일 좋다던데?(먹는 음식이 병을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나다.) 고기 맛을 잘 모르기 하지만 고기는 이왕이면 따뜻할 때 먹어야 제 맛 아닌가, 차디찬 고기를 질겅질겅 씹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치킨이랑 감자튀김 싸 온 친구도 있어."

그럼 튀겼다는 얘긴데... 튀김은 일단 기름에 들어갔다 나온 순간부터 산패가 시작된다지? 게다가 날씨도 점점 더워지는데 그 속도가 더 빨라지지 않을까? 튀김 같은 음식은 집에서 바로 해서 먹는 게 최고지.(엊그제 밤에도 가지와 연근과 고구마튀김을 만들어 줬다.)

"내 친구는 과일을 여러 종류 가져왔어."

글쎄, 날씨도 점점 더워지는데 과일이 미지근해져서 맛이 있을까?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과일은 시원하게 먹으면 좋을 텐데. 과일은 그냥 집에 와서 먹는 걸로 하자. 그리고 솔직히 밥 먹으면 과일 먹지도 않잖아. 전에도 몇 가지 싸서 보내니까 먹지도 않고 그대로 가져와서 상했을까 봐 다 버렸잖아. 괜히 잘못 먹고 배탈이라도 날까 봐. 그날 일을 벌써 다 잊은 건 아니겠지?

"내 친구가 싸 온 도시락 진짜 OO캐릭터랑 똑같아. 신기해."

그래, 신기하긴 하겠지. 이 엄마도 보고 있으면 신기한데 너희는 오죽하겠어. 이왕 먹는 도시락 예쁘면 먹을 맛도 더 나겠지. 엄마도 한 번 해 보려고 생각만 수 백번을 했는데 아직 실천을 못했네. 나중에 너희랑 같이 집에서 한 번 해 보려고 생각 중이야. 아직 그 시기가 도래하지 않을 것뿐이란다.

"햄버거랑 샌드위치 싸 온 친구도 있었어."

음, 그건 맛있긴 하겠다. 가뜩이나 입맛도 없는데 한 번쯤 그런 메뉴도 좋긴 하지. 하지만 엄만 그것도 바로 만들어서 먹는 게 더 맛있더라. 우리도 한 번 만들어 먹을 때가 되긴 했다 그치?너희도 엄마가 만들어 준 거 맛있다며?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이것저것 따지면 진짜 도시락 쌀 거리도 없다.

어쩌면 다양한 도시락 종류를 섭렵하지 못한 나의 변명일지도 모른다.


나도 내 딴에는 그날 김밥 7개에 온 정성을 다 기울였다.

집에서 편하게 먹을 땐 평소엔 햄과 어묵을 넣지 않지만(최대한 가공품을 넣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아이들이 체험학습 가는 날만이라도 햄과 어묵을 넣어달라고 주문하면 팔팔 끓인 물에 따로 한 번 데치고, 단무지도 한 번 맹물에 헹궈 내고 물기를 다 빼낸 후 무산김(이란 게 있는데 친환경이라니까, 뭔가 첨가물이 없다니까, 해롭지 않다니까)을 골라서 깔고 친정 닭이 낳은 달걀을 골라 지단을 만들고 이럴 때 쓰려고 저장해 둔 각종 친정 로컬 푸드를 총동원한다.

그냥 사서 보내도 되는 걸 참 피곤하게 산다고 내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나도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할 것이다.

그러니까, 방식은 다르지만 엄마 마음은 누구나 다 비슷할 것이다.

"엄마, 나만 도시락이 달랐어. 다른 친구들은 다 똑같았는데. 왜 나만 다른 김밥 줬어?"

아들이 6살 때 유치원에서 체험학습을 갔다 와서 다짜고짜 내게 따진 적이 있었다.

'다'라는 말은 과장이고 많은 도시락이 같았나 보다.

많은 엄마들이 한 곳에서 김밥을 단체 주문했었다고 한다.

"엄마가 직접 쌌으니까 다를 수밖에 없지. 이참에 우리 가족 김밥 실컷 먹으려고. 사랑하는 우리 아들이 점심에 이걸 얼마나 맛있게 먹을까 하면서 엄마가 새벽부터 쌌거든. 도시락이 달라서 싫었어?"

"아니. 그냥 그렇다고."

또래집단의 영향을 슬슬 많이 받아가는 시기에 혼자만 뭔가 다르다는 걸, 그게 뭔가 이상한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

하지만 이상한 게 아니라 그저 다를 뿐이라고, 김밥은 사서 먹을 수도 있고 직접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엄마가 해 주고 싶어서 한 거다(사실 엄마도 많이 먹고 싶어서, 하루 종일 그걸로 끼니 해결해 버리려고), 그런 일을 하는 게 엄마는 진심으로 즐겁다고 말을 해 줬다.

"역시 엄마가 최고야."

그때 아들은 '최고는 아닌 엄마'를 최고라고 했다.


지난 체험학습 때 아들은 김밥을 딱 7개만 넣어 달라고 주문하셨다.

엄마 김밥이 맛있다며 집에 와서도 김밥을 찾았다.

그걸 다 잡수고 나서 또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김밥을 재주문하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그래서 나는 맨날 김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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