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까지 맞춰놓고? 혹시 이것은 그것?

느닷없는 초성 알아맞히기

by 글임자
2023. 6. 7. 안봐도 뻔하다

< 사진 임자 = 글임자 >


"무슨 알람 울리는 소리 나는데?"

내가 똑똑히 듣고 말했다.

"아빠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 같은데? 엄마 봐봐. 'ㅇㄷ'이라고 돼 있어."

딸이 반응했다.

"그게 뭐야?"

내가 알아서는 안 되는 무슨 암호처럼 그 두 개의 초성은 생뚱맞게 남편의 핸드폰 화면에서 요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 무슨 알람을 해 놨어? 'ㅇㄷ' 이게 뭐야?"

"아무것도 아니야."

"집에서 굳이 알람을 해 놓을 일이 뭐가 있어?"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뭔가 수상한데? 뭔가 있어."

"또 쓸데없는 소리 한다."

"아니야. 뭔가 있는 게 분명해."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그러네."

"도대체 뭐야? 'ㅇㄷ' 이게 뭔데 이렇게 알람까지 해 놓은 거야?"

"신경 쓰지 마."

"혹시 이거?"

"또 무슨 말을 하려고 그래?"

"그거 아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좋은 거 있으면 나도 같이 보자니까. 혼자서만 그렇게 몰래 보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거 보는 거 좋아하시면서 그러네. 그동안 나 몰래 알람까지 맞춰놓고 밤에 혼자 몰래 보고 있었던 거야?"

"무슨 이상한 생각하는 거야 또?"

"이거 '야동'이잖아. 안 그래?"

"무슨 소리야?"

"괜찮아. 뭐 어때? 그나저나 좋은 거면 나도 좀 보여 줘 봐. 사람이 의리가 있어야지. 이렇게 좋은 건 자고로 같이 봐야 하는 거야."

"애들도 있는데 무슨 쓸데없는 소리야?"

"뭐 어때?"

"하여튼, 암튼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만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나 없을 때 날마다 시간 맞춰 놓고 보는 거였어? 그럴 줄 몰랐네."

"진짜 이 사람이!"

"왜 그렇게 과민반응이셔? 그게 뭐 나쁜 것도 아니고."

"됐어. 그만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좋은 건 같이 보자고. 알았지? 다음엔 나도 불러. 알았지? 꼭!"


남편은 왜 굳이 그걸 'ㅇㄷ'이라고 저장을 해 놨을까?

본인은 혼자만 알아보도록 그렇게 해 놨다는데 나는 보자마자 단번에 알 수 있었다.

'ㅇㄷ' 그건 당연히 누가 보더라도 '야동'을 뜻하는 거 아닌가?

야동, 그러니까 '야구 동영상'의 줄임말.

난 야구 동영상을 말한 거였는데 남편은 뭘 생각했길래 그렇게 펄쩍 뛰었던 거람?

야구 동영상 말고 그게 의미하는 것이 달리 또 무엇이 있단 말인가?

저녁 8시면 야구 동영상을 보기 참 좋은 시간이지. 황금시간대잖아.

참,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야.

그런데 저 사건이 발생하고 몇 분 후에 또 다른 알람이 울렸다.

이번엔 'ㄹㅂㅇ'

이건 아무리 내가 머리를 굴려 봐도 답이 안 나온다.

무슨 비밀이 그렇게도 많은 거람?

수 백 번을 생각해 봐도 언뜻 떠오르는 게 없다.

세 글자는 어렵다.

좀처럼 단서를 찾을 수도 없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그래서 나는 단정해버렸다.

아마 여자친구 이름일지도 모른다고...

내 삼류 소설 속의 여자친구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고 나는 잽싸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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