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또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생각이 들곤 해요. 분명 꿈 많던 아이였는데, 현실이라는 변명으로 그 모든 가능성을 닫아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요. 여러분도 한 번쯤은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지 않나요?
이러한 생각의 극단에서, 우리 대신 모든 가능성을 온몸으로 탐험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전공을 의학에서 심리학으로, 다시 사진가와 작가 사이를 오가며 P적 사고의 끝을 보여주죠. 그럼에도 그녀의 서툰 사랑과 성장은 은은한 울림을 전달해 주는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입니다.
# 하나의 이름에 갇히지 않는 용기
영화의 주인공, ‘율리에’는 하나의 이름 안에 자신을 가두지 않습니다. ‘꿈이 뭐냐’는 질문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대답하지 못했던 우리들의 어린 시절처럼 말이에요. 영화가 이 모습을 긍정적으로만 비추지는 않지만, 가능성을 한껏 열어둔 삶이 신기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율리에는 의대생의 명민함, 심리학도의 섬세함, 사진가의 감각, 작가의 세계를 모두 탐험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길을 탐색합니다. 여기서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그 찬란한 결과들이 아니에요. 하나의 선택과 그 다음 선택 사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틈’의 시간들이죠.
# 머무름과 떠남 사이에서
율리에는 안정적이고 지적인 연인 ‘악셀’과 함께하면서도, 자유롭고 즉흥적인 ‘에이빈드’에게 걷잡을 수 없이 끌립니다. 이것은 단순한 두 사람 사이에서의 갈등이 아니라, ‘안정적인 삶’과 ‘자유로운 삶’이라는 두 가지 가능성 사이에서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필사적으로 묻는 과정처럼 보여요.
그렇기에 저는 율리에의 로맨스 뒤편, 성장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율리에를 보고 ‘끈기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죠. 진로뿐 아니라, 사랑마저도 정해두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그 경계에 머무는 모든 순간이,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임을 다정하게 보여줍니다.
# 세상의 모든 소음이 멈추는 틈
이러한 방황이 가장 아름답게 폭발하는 장면이 바로, 율리에가 시간을 멈추고 연인에게 달려가는 장면입니다. 그 모든 고민을 끝내고 결론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 그녀는 오로지 자신의 답에 집중하고, 그 집중의 바깥에 있는 세상은 완전히 멈춰버리죠.
어쩌면 이건,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머뭇거리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꿈꿔본 순간이 아닐까요? 세상의 모든 소음과, ‘그래도 괜찮을까?’하는 내 안의 불안감마저 모두 멈춘 채, 오직 내 마음의 소리만을 따라 움직이는 완벽한 ‘틈’ 말이에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우리에게 정답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정답을 찾지 못해 흔들리는 모든 ‘틈’의 순간들이 실패가 아니라고, 그것이야말로 살아있다는 가장 눈부신 증거라고 다정하게 속삭여줍니다.
당신의 모든 ‘틈’을 응원합니다. 그 불안한 흔들림 속에서, 결국 가장 눈부신 선택이 태어날 테니까요.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