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손으로 감각하는 법

by ontm

플레이리스트가, 각종 플랫폼이 알아서 다음 곡을 추천해주는 세상입니다. 터치 한 번이면 전혀 알지 못했던, 그럼에도 내 귀를 홀리는 수만 개의 앨범이 쏟아지죠. 하지만 이 편리함 속에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 감각, 그리고 앨범 하나를 오롯이 경험하는 시간을 잊어버렸습니다. 터치 한 번에 음악은 내 귀에서 귀를 타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니까요.


여기, 그 빠르고 편리한 세상의 흐름에 잠시 제동을 거는, 아주 특별한 리추얼이 있습니다. 앨범 커버를 고르고, 묵직한 LP를 꺼내 턴테이블 위에 올리고, 바늘을 내리는 순간의 작은 긴장감.


LP를 듣는다는 것은, 그 앨범이 재생되는 40여 분의 시간을 오롯이 나에게 선물하겠다는 다짐과도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LP가 필요한지 먼저 알아볼까요?


- 음악을 대부분 배경음악처럼 틀어만 놓는다.

- 앨범 전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적이 드물다.

-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리적인 감촉이 그립다.

-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의 작은 스크린을 보고 있다.

- 의식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 중 세 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지금 당신에게는 LP 한 장의 느린 시간이 필요합니다.




l 턴테이블 입문 가이드


‘턴테이블’이라고 하면, 비싸고 복잡한 오디오 장비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입문자들을 위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실용적인 제품도 많이 있습니다.


- 어떤 턴테이블을 고를까요?


올인원 턴테이블: 입문자에게는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거나, 블루투스 연결을 지원하는 ‘올인원 턴테이블’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복잡한 선 연결이나 별도의 앰프, 스피커 구매 없이도 바로 LP를 즐길 수 있어요.


- 어디서 구매할까요? (입문용 추천 브랜드)


오디오테크니카: 가장 많은 입문자가 선택하는 브랜드입니다. 안정적인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실패 없는’ 첫 턴테이블로 불립니다.
추천 모델: AT-LP60XBT


티악: 미니멀하고 감성적인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훌륭한 역할을 해내며, 블루투스 등 편리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추천 모델: TN-180BT



l 명반을 디깅하는 즐거움


수만 장의 LP 앞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막막할 수 있어요. 명반을 ‘디깅(Digging, 발굴)’하는 몇 가지의 방법을 소개합니다.


#1. 익숙한 것에서 시작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이미 스트리밍으로 즐겨 듣던 아티스트의 앨범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앨범이 LP로 발매되었는지 찾아보고, 그 앨범의 거대한 아트워크를 감상하는 것부터가 리추얼의 시작이에요.


#2. 시대를 초월한 명반으로 시작하기


어떤 앨범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세월이 증명한 ‘명반’으로 시작해보세요.


마일즈 데이비스 – Kind of Blue (재즈): 재즈를 몰라도, 이 앨범을 트는 순간 당신의 공간은 가장 세련된 재즈 클럽이 될 것입니다.

플리트우드 맥 – Rumours (팝/록): 단 한 곡도 버릴 곡이 없는, 팝 역사상 가장 완벽한 앨범 중 하나로 꼽힙니다.


#3. 직접 만져보고 구매하기 (레코드샵)


온라인(김밥레코즈, 예스24 등)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LP 디깅의 진짜 즐거움은 오프라인에 있습니다. 직접 앨범 커버를 만져보고, 예상치 못한 앨범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추천 오프라인샵: 서울 레코드(종로), 김밥레코즈(연남),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이태원)



l 순서: 10분, 나만의 음악실을 여는 법


1) 오늘의 감정과 날씨에 어울리는 앨범 한 장을 고릅니다.

2) 비닐을 열어, 묵직한 바이닐(LP)을 조심스럽게 꺼냅니다.

3) 턴테이블 플래터 위에 LP를 올리고, 부드러운 천으로 먼지를 가볍게 닦아냅니다.

4) 바늘(스타일러스)을 조심스럽게 LP의 첫 번째 트랙 위에 올려놓습니다.

5) ‘타닥’ 하는 작은 노이즈와 함께, 첫 번째 트랙이 흘러나옵니다. A면이 끝날 때까지,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소리에만 집중합니다.




스트리밍이 결코 주지 못하는 것은, 이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A면이 끝나고, 앨범을 뒤집기 위해 잠시 일어나는 그 순간의 기꺼운 수고로움.


우리는 이 40분의 느린 틈 속에서, 비로소 아무것도 건너뛰지 않고 현재에 온전히 머무르는 법을 배웁니다. 당신의 가장 느린 시간이, 가장 충만한 휴식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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