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커피에 숨겨진 세계를 여행하는 법

온틈이 안내하는 핸드드립 가이드

by ontm

커피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향기일 겁니다. 고소하고, 쌉쌀하고, 또 어딘가 모르게 마음을 안정시키곤 하죠. 하지만 우리는 그 향기를 온전히 즐길 시간조차 없이, 늘 무언가에 쫓기듯 커피를 마시곤 합니다. 출근 직전 아직 못다 깬 잠을 털어버리려 한 모금을 청하거나, 혹은 점심 식사 후 습관적으로 테이크아웃 컵에 손을 뻗으면서요.


여유로운 주말 아침만큼은, 그 습관을 반복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한 꺼풀 뒤에 가려져 있던, 원두에서 커피까지의 과정을 온전히 음미해 보는 거죠. 다른 어떤 필요도 없이, 오직 커피의 향과 맛을 느끼기 위해서. 원두를 갈고, 물을 끓이고, 천천히 커피를 내리는 과정은 나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먼저 이 잠깐의 여정이 나에게 필요한지 체크해 볼까요?


- 내가 마시는 커피가 어떤 맛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 원두의 향보다, 카페인의 효과가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 최근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본 경험이 드물다.

- 새로운 것을 배우기보다, 익숙한 것만 찾게 된다.

- 10분이라는 시간이, 무언가를 즐기기엔 너무 짧게 느껴진다.


이 중 세 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지금 당신에게는 10분의 ‘핸드드립 여정’이 필요할 거예요.




l 원두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매일 마시는 커피지만, 막상 원두를 사려고 하면 막막해질 때가 많죠. ‘산미’, ‘바디감’ 등 익숙한 듯 낯선 단어들 앞에서 고민했다면, 이 가이드에 주목해 주세요. 당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고르는 가장 기본적인 네 가지 특징을 알려드릴게요.


# 산미: 화사하고 상큼한 맛을 좋아한다면

커피에서의 ‘산미’란, 레몬처럼 시큼한 맛이 아니라 잘 익은 과일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상큼함과 비슷해요. 커피가 식으면서 그 매력이 더 살아나기도 하죠. 화사하고 깔끔한 커피를 좋아한다면 ‘산미’가 좋은 원두를 선택해 보세요.

‘산미’의 대표적인 원두: 에티오피아 예가체프(꽃, 레몬, 베르가못의 화사한 향미)


# 향미: 다채로운 향을 즐기고 싶다면

와인의 ‘아로마’처럼 커피가 가진 고유의 향을 의미합니다. 원두를 갈 때, 뜸을 들일 때, 그리고 커피를 마시고 난 뒤 입안에 남는 향까지 모두 ‘향미’에 속하죠. 꽃, 과일, 초콜릿 등 다채로운 향의 스펙트럼을 경험하고 싶다면, ‘향미’가 풍부한 원두를 추천합니다.

‘향미’의 대표적인 원두: 파나마 게이샤(자스민, 열대과일 등 압도적으로 화려한 향미)


# 고소함: 익숙하고 편안한 맛을 찾는다면

갓 볶은 견과류나 다크 초콜릿에서 느껴지는 편안하고 익숙한 풍미를 떠올리면 쉬워요. 우리가 흔히 ‘커피 맛’이라고 생각하는 가장 대중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산미가 강한 커피가 부담스럽다면, ‘고소함’이 좋은 원두로 시작해 보세요.

‘고소함’의 대표적인 원두: 브라질 세하도(견과류, 곡물, 초콜릿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풍미)


# 쌉쌀함: 묵직하고 진한 맛을 원한다면

강하게 로스팅 했을 때 나타나는 스모키한 풍미와 묵직한 질감을 의미해요. 입안을 가득 채우는 진한 맛과, 길게 남는 여운을 즐기는 분들에게 어울립니다.

‘쌉쌀함’의 대표적인 원두: 인도네시아 만델링(흙, 허브의 독특한 향과 묵직한 바디감)


l 준비물: 홀빈 원두 15~20g, 핸드밀, 드리퍼&서버, 드립포트, 커피잔


l 순서:

1. 핸드밀에 원두 15~20g을 넣고, 설탕 정도의 굵기로 분쇄합니다.
(Tip: 분쇄된 원두는 향이 금방 날아가므로, 추출 직전에 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2. 드리퍼에 종이 필터를 넣고 뜨거운 물로 전체를 적셔, 종이 맛을 제거하고 서버를 데웁니다.

3. 분쇄된 원두를 넣고 평평하게 만든 뒤, 30ml의 물을 부어 30초간 뜸을 들입니다.
(Tip: 뜸 들이기는 원두 속 가스를 배출시켜, 이후의 추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돕는 중요한 과정이에요.)

4. 뜸 들이기가 끝나면, 2~3회에 걸쳐 원을 그리며 물을 붓습니다. 물줄기는 가늘게, 속도는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Tip: 총 추출 시간은 2분 30초~3분 사이를 목표로 해보세요. 너무 길면 쓴맛이, 너무 짧으면 신맛이 강해질 수 있어요.)

5. 추출된 커피를 잔에 옮겨 담아, 향과 맛을 천천히 즐깁니다.
(Tip: 커피가 식으면서 숨어있던 다른 풍미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온도 변화에 따른 맛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핸드드립의 큰 즐거움이 될 거예요.)




10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당신의 앞에는, 평일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한 잔의 커피가 놓여 있습니다. 늘 마시던 커피와는 향도, 맛도 다를지도 몰라요. 약간의 불편함, 약간의 기다림이 만든 오묘한 차이죠. 그 차이를 오롯이 즐겨보세요.


이 10분의 시간은 대단한 여정은 아니었지만, 밋밋했던 당신의 하루에 분명 향기로운 쉼표가 되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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