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자신만의 업적을 가졌거나 누구나 위대한 사람이라 부를 만한 이름이 나온다. 그런 이름에 관해선 잘 모르는 나는 책을 잠시 접어두고 검색에 나선다. 그렇게 검색하다 보면 그 인물의(그가 살아있다면) 최근 동향이나 과거의 또 다른 업적을 발견하게 된다. 문득 내가 읽은 책이 쓰인 날짜를 확인한다. 검색창 속의 날짜와 내가 책을 통해 그를 알게 된 시간 사이의 '공백'. 그 틈을 메우며 타인의 시간이 내 삶에 겹쳐지기 시작할 때, 나는 비로소 세상이 정말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우리는 현재가 과거로 흐르고 다시 미래로 이어지는 모호한 시간의 굴레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는 시간 '안'에서 오로지 현재만을 느끼며 살아간다. 시간을 느낄 때, 과거로는 '벌써' '어느 세', 미래로는 '언제' '아직도'라는 단어들을 쓴다. 내 시간의 속도는 나의 인식에서 비롯된다. '언제 오나' 하다가도 '벌써 왔네' 하는 것이 그렇다.
시간을 살고 있으면서도 그 전체를 보지 못한 채 지나가는 순간만 붙잡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남겨 놓는 것,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것, 세상에 영향을 주는 것이야 말로 시간이지 않을까. 기억과 흔적. 시간은 이 두 가지로만 비로소 가늠될 수 있지 않을까.
살아있기에 그저 살아간다는 말만으로는 시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남겨진 것이 없으면 그 시간이 있었나조차 희미해질 테니까.
결국 우리가 살았노라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긴 온기와 세상에 새겨둔 작고 선명한 흔적뿐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