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시리즈 5탄-사이버 공간에서 조심하세요.
퇴근 후 주차를 하고 문자를 열었다.
-J야 너 시간 될 때 전화함 해라.
무슨 일이지. 지인의 문자에도 가끔 가슴이 철렁한다.
'나 혼내려고 하는 건가.'
"오후에 교육 중이어서 네가 물어본 것에 제대로 문자 답을 못했어.
직접 통화로 해야 할 거 같아서 전화하라 한 거야."
"네가 무슨 일이니.
이 시간에 바로 전화하라고 하고.
나 혼내려는 거니? 하하."
"우선 네가 글을 쓰는 목적 좀 물어보자.
첫째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네 마음이 안정이 되는 게 목적이니?
아니면 앞으로 글을 써서 수입을 얻으려고 한다든지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거야?"
지인이 안정되고 차분한 톤으로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한다.
약간은 머뭇거리다가,
"음. 처음 글을 쓸 때는 첫 번째 목적으로만 글을 썼어.
근데 글을 쓰다 보니 나도 사람인지라 욕심이 생기더라.
스트레스 풀고 마음이 안정되는 것만이 목적이라고 하면 솔직하지 못한 것 같네."
"나는 네가 걱정이 많이 된다. 그리고 우리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고 살았니.
이 전화 통화의 핵심은 네가 더 이상 상처받는 걸 불허해서야."
계속되는 지인의 얘기를 전심을 다해 기억하려 애쓰며 들었다.
"네가 그 일로 그렇게 3시간 동안이나 울 일은 아니야.
너는 여태 글을 쓰면서 그 정도의 일도 예상을 못했어?
사실 나는 초창기의 네 글을 보고 너무 놀랐어.
이후엔 더 읽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만약 나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나는 죽을 때까지 그렇게 공개적으로 글을 쓰진 못할 거야.
너는 정말 대단하다.
그렇기 때문에 네가 사이버공간에 공개를 했으니 그에 대한 책임도 따르는 거야.
그 정도도 예상을 못한 건 아니지?
나는 네가 걱정이 돼.
지금 그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네 글을 보게 되어도 괜찮겠어?
혹시 네 주위에 네 글을 알아보고 너한테 문제 생길 일은 없는 거니?"
지인의 냉정하면서도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서, 나를 또한 너무 잘 알기에 조금은 돌려서 말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글을 정말로 쓰고 싶으면 온라인 말고 오프라인 모임을 알아보는 건 어때?
주변에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던데.
내가 아는 너는..."
갑자기 오후에 지금 통화 중인 지인의 문자가 생각이 났다.
[나 무슨 교육받으러 와서...
너무 오픈된 공간에 너를 맡기는 거 아냐?
그리고 익명한테 기대지 마.
J야 너는 너무 순수하다.
시간 없어 이만]
지인의 한마디 한마디가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생각 좀 해볼게.
그리고 그렇게 심하게 우는 스타일은 아닌데 나 요즘 너무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받았나 봐.
돈 문제도 걸려 있고, 직장의 브레이크(사실 일이 전부라 생각하며 살았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떻게 잘 살아야 하나. 어떻게 아이들 공부시키고 책임져야 하나. 고민이 많던 차에
그런 작은 댓글하나에 예민해져서 폭발한 거 같아."
"작은 일에 제발 니 (안 그래도 넘치는) 에너지 좀 소비하지 마.
3시간을 울고 밤새 글 썼다니 체력도 좋다.(웃음).
잘 생각하도록 해.
여러 가지 경우를 다 생각해서 공개하고 싶지 않은 글이 있으면 차단하는 기능은 없니.
한번 내어 놓은 것에 대해선 사이버 공간이니 다른 일로 공격할 수도 있어.
네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야.
혹시 아니? 네가 유명하게 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네 글을 읽고 어떤 댓글을 달아 댈지...
다시 말하지만 다신 네가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지인과 40분에 가까운 통화가 지하 주차장 차 안에서 이루어졌다.
한마디 말도 허투루 들을 수가 없었으며 시간이 지난 오늘도 다시 곱씹으며 생각할 만큼
마음 한편에 담아두려고 한다.
내 주위에
'이렇게 든든한 지원군이 있구나'
다시 느끼며 지하를 벗어나 지상의 내 집으로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