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시리즈 4탄-힘내. 그리고 잠시 쉬도록 해.
퇴근하면서 친구가 전화가 왔다.
"이상하게 지치네.
이유가 뭔지도 정확히 모르겠어.
갑자기 글을 쓰는 게 회의가 느껴져."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직장에서는?"
"아무 일 없어. 직장에서도."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
내 글을 읽어 주는 사람이 적어서 그런가.
웃자고 한 얘기야."
"너 자신을 돌아보고 잘 생각해 봐.
그런 때는 더 이상 글을 쓸 거리들이 다 소모되어서 그런 것 아닐까.
현역 작가들도 그래. 그럴 때는 쉬어가는 타임인거지.
그래서 한 달 두 달씩 쉬면서 재충전하는 거지.
그게 뭐라고? 좀 쉬어.
글을 안 쓰고도 잘 살았는데 뭐.
이 참에 한 달 그냥 쉬어.
쉬면 맘 편할 것을 뭘 그리 또 복잡하게 생각하고 잡고 있어."
"근데 퇴근이 좀 많이 늦네."
"응 차를 주택가에 댈 데가 없어서.
일부러 조금 늦게 가."
"아 그렇긴 하겠다. 그 비싼 새 차를 아무 데나 대면 안되지."
"뭐가. 17년 전에 내 새 차를 주택가에 대놨더니 누가 쭈욱 기스를 냈더라.
길게 1자로. 그래서 내가 고쳤지 뭐. 당시에는 블랙박스도 없던 시대니깐."
"참 속도 편하다. 그러고 맘이 많이 안 좋았겠네."
"뭐가 안 좋아 다 그런 거지 뭐. 수리하면 되지 뭐."
"지금은 비싼 새 차라서 신경이 더 쓰이겠네.
나 같으면 위에서 내려다보고 밤새 밤에 잠도 못 잘 거 같아."
"새 차라고 뭐가 다른데. 문제 생기면 보험사에 맡기면 되고.
요즘은 블랙박스가 다 있어서 옛날처럼 건드리지도 못해.
다 그렇게 하고 사는 거지 뭐."
나랑 성격이 정반대다.
내 생각이 이러면 반대인 친구는 어떤 생각을 할지 물어본다.
항상 대답은 시원시원하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글 쓸거리 없으면 쉬어가면 돼.
힘들게 붙잡고 있지 말고.
마감을 쳐야 하는 것도 아니고 네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시엄시엄해야지. 네가 조절하면 되잖아."
순간 눈물이 맺혔다.
내 속에 들어가 있는 듯했다.
말하지 않아도 혼자서 힘들었나 보다.
"무슨 사람 심리를 그렇게 잘 아니?"
"사람 상대하는 일 몇십 년 해봐라.
기본적으로 가닥이 생기는 거지."
아등바등 혼자서 말은 안 했지만 힘들었나 보다.
그냥 이런 날이 있다. 누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날.
"고마워. 눈물이 나려 하네"
"힘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