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띠뽈씨(나의 애칭♥)의 출퇴근이야기-[식당에서 오너와 마주친 날]
요즘 비가 와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기 조금 힘들다.
직장의 고조된 긴장감도 조금 덜해진 탓일까.
어젯밤에 우즈벡과 우리나라의 축구 경기를 보고 나서 좀 더 늦게 일어나 버렸다.
"S야 근데 우즈벡 선수들 우리나라 선수들보다 키가 작은 거 같다"
"엄마는 쓸데없는 걸 보고 불필요한 얘길 하세요."
누나랑 내가 아슬아슬한 장면에,
누나는 "꺅" 혹은 "끽"(아무튼 이상한 소리를 낸다. 귀엽게시리.)
나는 "어어어어 어..."
아들은 "좀 조용히 봅시다"
가끔은 잘생긴 뒤통수도 한 대 쥐어박고 싶다.
그러다 글을 한편 더 쓰고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시간을 보니 큰일이다.
후다닥 빨리 아들부터 깨우러 쫓아갔다.
'이 놈의 에어컨~~'
엄마는 아낀다고 선풍기 틀고 있고 아들은 하고 싶은 대로 틀고 끈다.
"일어나 늦었어"
다급한 내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느릿느릿.
"네~"
아침을 굶는 일은 나에게 있을 수 없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특성상 굶고 가는 날은 말투나 표정이 화가 난 사람처럼 변하니 말이닷.
과일을 먹든지. 뭐든지 다 넣고 갈아서 먹든지.
정 먹을 게 없으면 조미김 1통으로 먹든지.
진짜로 먹을 게 없다 그러면... 오늘이 그런 날이다. 시간도 없고.
현미찹쌀이 든 밥에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마구 비빈다.
매일 안 굶고, 덜 깬 잠으로 입안으로 꾸역꾸역 넘기는 게 신기하다.(너란 인간 정말... 사랑스럽다야. 크읍.
아침에 맛있는 먹을거리가 생각나면 침대에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제길.)
숨길 수 없는 먹보가 맞다... 아직도 이러고 있으니 먹은 거에 한이 맺힌 년처럼.
그것도 맞다. 한이 맺힌 거. 너무 굶고 다녀서. 흐흐.)
아무튼 아침을 먹고 드레스 룸에 들어가 본다.
휘리릭...
옷이 많은 건 아니지만 요즘 늘 입던 정장바지에 청 반팔셔츠만 입고 다녔다.
귀차니즘이 있어 비슷하게, 편하게 입는 것만 세탁해서 돌려 입는 버릇이 있다.
흠 어디 보자.
갑자기 홈쇼핑에서 한꺼번에 지름신이 오신 날 산 청원피스 3벌이 눈에 띄었다.
짙은 청과 주머니 위치가 다르게 배치된 원피스들.
하나를 골라 입었다. 전신거울로 비춰본다.
음. 나름 괜찮네...
엘리베이터 비서가 호출해 주신 엘베를 타기 위해 나왔다.
34층에서부터 내려오신다.
늘 만나는 중학생 친구.
"안녕하세요"
내가 타고 13층쯤 아들 둘과 아버지 부자가 탄다.
뒤에서 쳐다보니 아버지의 한 손이 어린 초등학생 아들 목을 만지고 쓰다듬고 있다.
큰 아들은 다 커서인가. 중학생으로 보이는 애기인데...
(오지랖 좀 걷어내자. 혼자서 별 궁상맞은 생각을 다한다. 크흡.)
나는 지하 3층에 내려야 하고 표시버튼은 지하 2층도 눌려져 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자연스레 맨 뒤에 있던 나는 네 사람의 뒤를 따라 우르르 내렸다.
내가 양보하자는 생각으로 제일 늦게 꽁무니를 따라 내린 것인데.
오래간만에 청원피스를 입고 룰루랄라~~~ 지하 주차장을 사뿐히 뛰어 나간다.
엥~~~~ 헹... 여기가 어딘가.
너는 누군가. 왜 지하 2층에서 춤추는가...
(하... 귀에서 너는 누군가 내일을 꿈꾸는가 너는 누군가 아무 꿈 없질 않나... 이런 비슷한 노래가
앵앵거린다.)
네가 가야 할 곳은 지하 3층 여기 따라 내린 곳은 지하 2층.
아침에 늦었기도 했고 정신을 차리니 지하 2층...
오래간만에 입은 청원피스 차림으로 지하 2층에서 올라오는 차도를 따라서 지하 3층 내리막길로 미친 듯이 뛰었다.
비가 와서 지하 2층에서 물길이 생겨 지하 3층으로 흘러내려 하마터면 미끄러질 뻔하였다.
하. 이렇게 오늘도 어김없이 덜렁이임을 만천하에 내보이며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직장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문을 닫고 돌아서려던 찰나 차 안에 여름 방석이 비뚤어져 있네.
'아 이 급박스러운 순간에 생기는 강박증이란 뭐다...‘
방석을 다시 원래대로 정렬 후 아무 일도 없는 듯 릴레이 선수 실력으로 달려
오늘도 잠시? 집에서 주무시고... 일터로 무사귀환했다능...
-다음 편에 계속-
(덧붙임글)
햄김치볶음밥을 2인분 정도 덜어서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 먹고 일어서려는데 아 그분이 내게로 걸어오십니다.
'설마 내가 아니겠지?'
"아 저기 J과장 밥 다 먹었나? 잠시 할 얘기가 있으니 식당에 남아요."
아 무슨 일이지 소심한 J과장 간 떨어집니다.
식당에서 이렇게 단 둘이 독대하긴 처음입니다.
"아 저기 바로 전화 걸어봐. 그기 컨설팅한 곳에 담주 화요일 같이 가봅시다.
지금 바로 해봐요. 음"
당황스럽지만 별일 아니고 서울에 직접 가서 배워오자는 것이니 마다할 것도 없습니다.
오래간만에 서울 바람도 쐬고. 전화는 받지 않았고 1시간 후에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담당자가 전화가 왔습니다.
"담주 1주일간 여름휴가입니다."
밥 먹은 게 체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 저는 오너님 사랑합니다.
화가 나면 치타같이 무섭지만 사석에서는 얼마나 온화한 미소로 대해주시는지.
좀 전에 있었던 일을 글로 써 보았습니다.
일상에서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 가끔은 이렇게 글이 생각나고 글을 쓰고 싶어 집니다.
작은 오늘의 일상과 글 덕분에 남은 오후는 더 즐겁고 흥미진진할 예정입니다.(하하.)
덥고 짜증 나는 계절이 다가와도 우리의 맘속에서 스스로 작동시킬 에어컨은 늘 빵빵하게 대기 타고
있지요 ㅎㅎ 부족한 글이라도 읽어주시는 독자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남은 하루도 홧팅. 333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