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띠뽈씨(나의 애칭♥)의 출퇴근이야기-[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
무척이나 울었네.
비에 비 맞으며 눈에 비 맞으며
비속의 너를 희미하게 그리며
우리의 마지막 말을
너의 마지막 말을 기억하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 노래가사중 일부-
퇴근길 이야기를 이상하게 시작하네.
하 이 노래를 듣자마자 그때의 감성이 뿜뿜 하면서 미치겠네.
비가 오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찍듯이 지금도 온몸으로 비를 쳐? 맞고 싶은데.
지금의 나이에도... 흡.
아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내 손에는 밥주걱이 들려있었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거실에서.
"아 잠깐만... 안 되겠다. 엄마 아무것도 못하겠따. 잠시만."
감성충만 폭발하는 나. 하던 일 멈추고 선다.
노래를 따라 불러본다.
온 목에 잔뜩 힘을 주고서.
"싸랑해 싸랑해 싸랑해 싸랑해."
아~ 미치도록 싸랑을 주고 싶네.(누구를 대체... 누구를 흐흐. 설마 점장님 아니쥐?)
아 바로 이거지... 이 거지 하면서 흠뻑 취해 있는데.
식탁에 퀭한 눈으로 지쳐 앉아있는 마지막 기말고사를 마치고서
경전철을 타고 오다 졸아서 S동 G대 종점까지 끌려갔다 오신 따님의 얼굴을 보니 확 깬다.
'내가 이럴 때가 아니쥐."
내 방에 불이 꺼졌다.
퇴근이닷. 내일 또 출근을 해야 하지만 이젠 오늘 남은 하루는 자유의 몸이 된 것.
점심에 직원 식당에서 냉면을 두 그릇이나 국물까지 후루룩.
왕 김치만두까지 두 개를 드시고 오후에 졸리고 힘들었었다.
화요일쯤 누군가 내게 외쳤다.
"과장님 이번 금요일 냉면이네요. 우리 쓰리(3)할까요?"
그 힘으로 이번 주간은 버텼다.(정말이닷.)
어찌나 시간이 안 가든지. 결국 그 금요일이 왔고 나는 시원스레 쓰리까진 못 가고 투(2)그릇을 게눈 감추듯 원샷했던 것이다. 모두들 내가 면 흡입하는 모습을 보면 놀란다. 체면도 없이 말아서 몇 젓가락 먹으면 없따.
건물바깥으로 나오려는데 배가 살살 아프다.
1층 화장실에 들렀다 나왔다.(아무 일 없었단 것...)
흠. 그새 배가 다 꺼져버린 건가.
검은 쌕 내 가방이 왠지 무겁다. 손을 밀어 넣어 쓰윽 집으니 아침에 간식으로 먹을 신비 복숭아를 비닐에 들고 간 것이 그대로다. 냉면 탓도 있고 졸리고 멍한 상태로 먹을 시간도 없이 그대로 가방에 있었던 것.
걸어 나와 주차장에서 기어를 D로 올리고 배철수 디제이의 음악캠프 볼륨을 올린다.
우리 집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늘은 특별게스트인 [부활]이 음악캠프에 나왔다.
하. 김태원님의 유머가 예사롭지가 않네.
배도 고프고 한 손으론 비닐에서 꺼낸 복숭아를 입에 물고서 폰으로 라디오를 켜고 주차장을 걸어갔다.
복숭아 과즙이 손에 묻고 입술 주위로 튀고 흘러내렸다.
겨우 비닐봉지에 입을 갖다 대고 흐르는 과즙을 담으며 먹고 걸어오는데, 라디오에선 부활멤버 김태원과 배철수디제이가 너무 웃겨서 나를 미치게 한다. 으핫.
저 멀리 앞쪽에서 라이트를 밝게 켠 채 세단이 내 쪽으로 서서히 다가온다.
히죽거리며 비닐봉지에 입을 대고 우거적 우거적 복숭아를 먹어대는 나의 모습이란.
아마도 참으로 고상하고 이쁘게 보였겠다. 크크크흡.
상관하지 않는다. 퇴근길은 이렇게 항상 즐겁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 손잡이에 검지로 지문인식을 해야 하는데 과즙이 잔뜩 묻은 손가락이 인식이 안된다.
아 진짜 손도 없는데... 검지를 입에 넣어 과즙을 다 빨아먹고 다시 갖다 댔지만 5번 이상하니 삑삑 소리를 낸다. 참 너 모습이 기가 막히네. 헉.
마침 집에 먼저 도착한 딸이
"엄마 왜 그래요? 안 열려요?"
하면서 문을 열며 빼꼼히 쳐다본다.
대충 딸아이 비빔밥거리들을 챙기고 밥주걱을 든 채.
"야 아리아에게 FM4U 틀어보라 해"
그리고선 나는 듣고야 만 것이다. 바로 이 노래를 말이야.
'흥' 많고 '흥'분도 잘하고 '흥'하고 삐지기도 잘하고 앞으로 '흥'할 내가 말이지.
오늘 저녁은 아무것도 못하겠다. 이 노래 하나로 이미 네버랜드 떠난 나.
"눈누난나 눈누난나~~~~~~~"
아마 딸은 이미 상상했을 것이다.
엄마가 나의 저녁을 챙긴 이후 밤에 잠들기 전까지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글을 쓰거나
센 경상도식으로 발음으로 싸랑해를 외치며 너무 싸랑해서 기절하듯이 노래를 부를 것을.
-다음 편에 계속-
(다음 글 예고편인 쿠킹영상 아니고 글임)
내일은 오후 1시까지 근무하는 것도 모자라서 운동화에 찢어져도 되는 긴 바지, 긴 팔옷에 햇빛 가릴 수 있는 모자, 장갑도 챙겨서 집합하라고 합니다.
(어찌되었건 저는 자원했답니다.^^ 자원한 걸로 하자구요.)
어디에 가는지 궁금하면 내일 이야기를 기대해 주실래요? 하압.
지금 미리 다 챙겨놓고 일 마치기 직전에 갈아입어야겠어요. 저 상태로 출근할 수는 없으니깐요.
적어도 S라인은 다 망가졌어도 저의 미모는 숨길 수가 없으니깐요. 헉 다 들통나면 어쩌지.
사진도 많이 찍어 올게욧. 내일 만나요. 아니 벌써 0시를 넘기고 있으니 오늘 다시 만나요. 두둥~
(현재 10번 이상은 돌린 것 같은데도 정말 오랜만에 들으니 좋네요. 이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