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이야기-실업급여 신청하러 노동청에 가다.
2022년 8월 휴가 시즌이 되었다. 다른 모든 사람이 휴가를 떠날 때 나는 그리너리 라운지 도서관에 처박혔다.
여동생도 거의 매일 전화와 문자로 나를 괴롭히다시피 했다. 가슴을 치면서 함께 아파했다.
친한 친구가 밥을 먹자고 했다. 이미 권고사직 일이 터지기 전에 약속이었는데 취소했다. 친구가 대체 네가 무슨 일로 오랜만에 한 약속도 취소하냐면서 궁금해했지만 아무 일도 없다고 했다. 차마 자존심이 상해도, 너무 상해서 [권고사직]이라고는 입밖에도 내지 못하였다. 다른 지역에 있던 죽마고우들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다.
결국은 단체카톡을 나와 버렸다. 친구들은 번갈아 가면서 전화를 해댔다.
있는 그대로 얘기를 했다.
내가 죽기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때는 친구들의 고마움도 느낄 수가 없었다.
책만이 내게 위로를 주었다.
참 다행인 것이 여름휴가 시즌이어서 내가 혼자서 종일 도서관에 처박혀 있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다만 저 여자 휴가가 참 길구나 했겠지. 온통 다른 사람의 시선이 의식이 되었지만 책을 읽으며 살아남았다. 나는 자기 계발서류의 책을 잘 읽지 않는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이 책에 꽂혔다. 책을 읽고 또 읽고 물에 갈아서 다시 마실 정도로 몇 페이지를 펴면 어떤 내용이 나올 지도 상상을 하면서 읽어댔다.
특히 나는 아래 이 부분은 수백 번씩 읽으면서 신이 있다면 나를 위해서 이 페이지를 썼다고 생각하면서 위로를 받았다.
같은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두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두 사람 모두 자기 일을 사랑하고 매일 출근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 직후, 직원들이 해고당할 거라는 소식을 듣는다. A의 몸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내가 해고되면 어떡하지? 다른 일을 구할 수 없으면 어쩌지? 세금도 못 내고 대출금도 못 갚을 거야. 집을 잃게 될 거야.' 이 모든 생각은 자기 일에 대한 집착에서 나온 것이다. 당신에게도 그 생각에 담긴 두려움이 보일 것이다.
한편 B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자신은 행복한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삶은 늘 변하고 모든 일은 당장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전부 가장 좋은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경험으로 예상치 못한 일 다음에 더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무슨 이유로든 일자리를 잃어도 다른 일을 구할 수 있으며 심지어 상황이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집착이 아니다.
(론다 번의 [위대한 시크릿] 222페이지~223페이지에서 인용한 글입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8월이 되어 있었고 그 부장이 서류를 다 해놨으니 노동청에 가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나는 서둘러 노동청을 향해 운전을 했다.
처음 가보는 곳.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책으로 또 친구들의 응원으로, 무엇보다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의 응원을 받고도 불쑥거리며 찾아오는 자존감의 저하와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거침없이 찾아왔다.
안내 표지판이 잘 되어 있었지만 내가 여기에 왜 왔는지 정확히 정립이 되지 않아 직원을 대하기도 불편하였다. 번호표를 뽑으니 나는 3번 창구로 배정이 되었다.
여자직원의 퉁명스러운 질문이 이어졌다.
"어떻게 오셨나요?"
"권고사직으로 실업급여 신청하러 왔습니다."
이 말이 입에서 쉽게 떨어지지가 않았으며 직원이 [권고사직]이란 말을 되풀이하면서 되물었을때 나는 감정 조절에 실패하였다.
-다음 편에 계속-
(위 사진은 베트남 다낭 나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