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이야기-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내 인생에서 처음 들어 본 권고사직.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들려준 권고사직.
앞으로 영원히 들을 일도 없을 권고사직.
권고사직... 권고사직... 권고사직... 이 네 글자가 마음팍에 박혀서 이 글자의 뜻을 생각할 때마다
너무도 자존심이 상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왔다 갔다. 아이들 생각도 나지 않고 조용히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키울 만큼 키워 놨으니 이제 어떻게든지 살아나겠지.
할머니 손에 자란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좋은 엄마가 되리라 생각했지만 결국 나도 별 수가 없구나.
말할 수 없는 마음의 타격은 지워지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권고사직을 당할 지경까지 갔을까?
동료들이 나를 그렇게 꼴 보기 싫어한 이유는 도대체 뭘까?
직장에선 오로지 내 말은 안 믿고 그녀들의 이야기만 들어줬을까?
한 사람을 이토록 등신으로 몰아서 수군거리며 욕을 해대니 기분이 좋으니?
한번 시작된 생각은 끝도 없이 나기 시작했고, 머리를 쥐어짜도 끊임없이 드는 생각에 심한 두통이 찾아와
아이들이 없는 틈을 타서 지쳐서 울다가 다시 일어나 그래도 살려고 타이레놀을 연신 먹어 댔다.
마지막으로 잊혀지지 않는 말.
부장님의 목 안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도저히 J간호사와 일을 못하겠다고 하니 어떡합니까?"
남은 연차가 있어서 하루라도 빨리 그 건물을 떠나고 싶었다.
7월 말이 되기 전에 합의를 하고 이곳을 떠나야지.
"J 간호사. 정말 미안하지만 M간호사가 코로나가 걸려서 7월 말까지 해주면 안 될까요?"
나는 누구를 위해서 근무해 줄 만큼 여유가 있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로 힘든 입원 환자들을 보면서 나를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7월 마지막날까지 그렇게 나는 버텼다.(어쩌면 무의식 속에서 일을 더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가해졌는지 모른다. 당장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니.)
합의금으로는 월급을 한 달 치 더 주는 것과 실업급여를 받게 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년 동안 퇴직금 명목으로 매달 월급의 10퍼센트 정도를 적립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9개월치는 원래 받을 수가 없지만 오너가 손을 써서 불입금을 퇴직금조로 준다는 것이었다. 한 달 치 월급은 택도 없이 들어왔다. 아마 수당도 다 떼고 기본급만 줬겠지만 내가 알지도 못하는 기본급 수준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내가 여름휴가를 가게 되었는데 실업급여 신청은 8월 초부터 가능하게 해 놓을 테니 바로 노동청에 가서 신청해 두도록 하세요."
-다음 편에 계속-
(위 사진은 라오스 루앙프라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