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 시즌2-오토바이와 혼난 말투에 대하여.
"엄마 저 오토바이 타고 싶어요."
밤 9시가 넘어 아들에게 하던 발 마사지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던 순간이라 나는 깜짝 놀랐다.
조명이 어두운 가운데(이 놈이 요즘 어두운 걸 좋아한다. 짙은 회색 커튼에 전망이 그렇게도? 좋은데 불도 끄거나 커튼도 다 쳐둔다.) 한 이 말은 나에게 납량특집 영화를 상기시키는 말이었다.
갑자기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뭐어? 뭐라고? 갑자기 오토바이를 탄다고 그래?"
"예전에도 한 번 말한 적이 있잖아요. 진짜로 타고 싶어요. 원동기 장치 면허는 만 16세 이상이라서 고1 지나서 따면 돼요. 125cc 이하 기종으로 타고 싶어요. 엄마 안 돼요?"
아무 소리도 없이 하는 얘기를 듣고 있자니 계속 떠들어 댄다.
"그런데 돈이 문제네. 그걸 살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엄마가 허락해 주시면 돈을 모아 볼게요."
"오토바이는 너무 위험해.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안돼."
감정이 먼저 격해져 조분조분 설명할 여유도 없었다.
"일단 안된다고 했어."
"엄마 정말 안 돼요?"
문을 닫고 나오는 뒤통수에 대고 다시 한번 큰소리로 외친다.
일요일 아침이다. 밤늦게까지 브런치북 작업을 하느라 거의 새벽에 잠을 잤다.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고 신경 쓸게 많았다. 이제부턴 이렇게 140개나 되는 글을 모아 두지 않고 그때마다 책 만들 준비를 해가야지. 깊이 반성하면서 거실 바닥에 이불을 둘둘 말고 잤다.
조금 늦게 까지 자고 있으려니 어제 아들이 [워터 파크에 친구들이랑 데려다줄 수 있겠냐]는 말이 생각이 났다. 우리랑 가자니 그렇게 안 간다더니 역시 친구가 가장 중요한 사춘기이긴 하네.
놀러 가서 기분이 좋은 건지 더 늦게 일어나던 아들이 아침 8시 03분에 정확히 밥을 찾았다.
거실에서 퍼질러져 자고 있던 나는 놀라서 밥을 안쳤다.
"지금 바로 먹을 거니?"
"네. 교회 다니는 친구가 11시에 마쳐서 그때쯤 나가면 돼요."
조금 더 눈을 부친 다음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추리알 장조림을 했다.
아들이 또 말씀하시었다.
"엄마 와이드 팬츠 사도 돼요? 그 보세가게 같은 데서 인터넷 주문하려고 해요. 비싼 거 아니라도 돼요.
위에 흰 티 말고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반팔티도요. 온라인에 찾아보고 말씀드릴게요. 입을 옷이 없어요."
딸아이 알바 장소에 내려주고, 아들이 조금 먼저 친구 만나러 가서 3명을 픽업하러 갔다.
다 초등학교 동기이고 한 명은 다른 중학교에 배정받았고 1명은 같은 중학교에 다닌다. 3명 다 오케스트라를 했으며 두 친구는 플룻과 첼로인 걸로 안다. 아들은 바이올린.
복싱학원 근처에 둘을 태우러 갔다. 친구는 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를 가로등밑에 세워두고 내 차를 탔다.
얼굴이 그대로 구나.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이지만 앳된 그대로다. 한 명은 교회 근처로 가서 픽업을 했다.
"너 네들 다 부모님께 허락받은 거니?"
"네"
다들 대답이 짧다.
날이 더워서 에어컨을 틀어도 크지 않은 차 안은 덥다. 큰 남학생 3명이 타니 차도 무겁다. 아들보고 엄마 옆 조수석에 앉으라니 굳이 뒷좌석에 3명이 붙어 앉는다. 박명수의 라디오쇼를 들으면서 가는데 친구 1명이 바다의 왕자를 따라 부른다. 참 귀여운 녀석들이다. 모두 다 내 아들 같다.
워터 파크에 도착하니 주차공간이 없어서 인지 입구 근처에서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아들은 조금 기다리더니 그냥 갓길에 주차해 달라 한다. 이렇게 날이 찌는데.
나는 너무 덥기도 하고 아이들이 엉킨 차속에서 위험할까 봐 조금 더 전진해 본다.
"엄마 내려 달라니깐요."
조금 더 움직인다. 나는.
"아 증말..."
차를 세웠다. 친구 2명이 있는데서 내게 아들은 짜증을 낸다. 화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친구들 있는데서 그런 태도는 더욱 용납이 안된다.
혼자 운전해서 아이들을 내려주고 엉킨 차들 주위를 빠져나와 아들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S야 줄이 기니? 안에 입장했어?"
"네 생각보다 빨리 들어왔어요."
"S야. 그렇게 짜증을 내는 것은 잘못된 거야. 특히나 친구들 있는데서 그러면 안돼.
엄마는 날이 찜통이고 차가 많아서 위험할까 봐 조금 더 가까이 내려 주려고 한 거야."
"알아요. 근데 아까 3명이 뒷칸 좁은 곳에 앉아 있는데 에어컨도 제대로 안 나오고, 더운데 엄마가 안 내려주고 서 있어니 짜증 나서 그랬어요."
잘못했다고 한마디하면 맘이 풀어지겠는데(아들아 엄마 맘도 이젠 좀 생각해 줘라.) 시큰둥이 한마디 한다.
"다음부터는 그런 말투로 엄마에게 말하지 마."
"네에..."
엄마는 늘 빠쁘다. 항상 말이다.
<퀴즈> 다음 중에 오토바이 모형이 아닌 진짜 오토바이는 어느 것일까요?ㅋㅋ
아들이 원하는 오토바이 검색하면서 5개의 오토바이 모형을 올려 보아요. 5개 중에 한 개만 실제 오토바이 사진입니다.
정답은 다음 주에.^^ 번호는 순서대로 1-5번까지 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