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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장발하고 싶어요."

사춘기 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 시즌2-아들의 장발욕심과 강아지모양 케잌

by 윤슬





#1


고요한 집안에 뽁. 뽁. 뽁... 그리고 뽀갈.뽀갈.하면서 며칠 전부터 매실 익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 보는 소리다. 매실담그며 같이 마실 그이는 온데 간데 없고 부엌어디선가

외로움에 흐느끼는 가느다란 곡소리만 새어 나오누나.

(좌:6월 4일 담근 뽁뽁소리내는 청매실/우:6월 25일 담근 직장에서 따온 황매실)



#2


지인이 둘째 아들을 낳아서 아기용품점에 들렀다. 아기 용품점에 내가 쓸 것을 사러 온 것은 15년 전이요.

또 다른 지인 아기옷을 사러 온 것은 7개월 전이다. 늘 아기들이 입을 옷은 앙증맞고 눈웃음을 자아낸다.

(좌:오늘 마트에서 앙증맞아서 찍어본 배넷저고리./우:유아옷 코디해서 걸어 놓은 옷 세벌.)

"요즘 어떤 게 잘 나가나요?"


"아무래도 내복류죠. 제일 실용적이죠."


다른 종류의 곰돌이와 공룡 문양의 내복 3벌을 도움받아서 골라 예쁘게 포장을 부탁했다.

내일 전달받을 지인의 고운 미소를 떠올리며 선물하는 내가 더 기쁨을 충전받는다.




#3


그렇게 우리 집에도 누군가가 태어났다.

케이크에 불을 켜고 축하송을 부르고 난 후 케이크를 포크로 나눠 먹고 있는데 티라미수가 잘려나간 부분이 강아지 모양이다.

(좌:강아지모양 확대사진/우:처음엔 눈, 긴 입만 눈에 들어왔으나 넓게 보니 웅크린 강아지 모양)

"이것 좀 봐. 꼭 강아지 얼굴모양인데?"-나


"정말이네요. 너무 귀여워요. 사진 좀 찍어야겠어요."-딸


"누나 조심해. 엄마 카메라에 찍히면 엄마가 쓰는 책에 그 사진 나와.

벌써 내 얘기도 많이 들어가 있을 걸. 말을 안 해서 그렇지..."-아들


딸과 나는 아들의 이 말에 너무 웃겨서 뒤로 나자빠질 정도로 웃었다. 이 녀석이 모른 체하고 있으면서 엄마가 글의 소재로 자기를 많이 갖고 간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누나 얘기도 많이 쓰고 싶은데 엄마가 쓸 거리가 없어서 그럴 거야. 아마."-아들


강아지의 귀와 머리가 쳐진듯한 티라미수 사진을 보더니.


"엄마 저 장발하고 싶어요."-아들


"요즘 학교에서 장발해도 되니?"-나


"엄마 언제 적 얘기를 하고 계신 거예요?"-아들


"학교에서 장발하는 아이도 있어?"-누나


"한 명 있었는데 지금은 짧게 깎았어요. 근데 깎으니 훨씬 나아.

그 친구는 장발이 안 어울려. 꼭 그레이트 하운드 같이 보여서. 머리가 너무 커요.-아들.

(좌:그레이트 하운드/우:아프간하운드)

"근데 너 장발하려면 [거지존]을 잘 견뎌야 해."-딸


"응 맞아 누나. 안 그래도 [거지존] 못 견디면 다시 원래대로 깎아야 해."-아들


"근데 거지존이 뭐니?"-나


"아. 머리 길러지기 전에 거지처럼 보이는 구역임.

손대기 애매한 구간이죠. 긴 것도 짧은 것도 아닌..."-딸

(좌:요즘 영화출연중인 이병헌/우:동네변호사 조들호 박신양모습)

간만에 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흰 이를 드러내며 목청껏 웃었다.

그리고 우리 3명은 세 갈래로 찢어졌다.

한 명은 복싱하러. 한 명은 헬스장으로 한 명은 자기 방 청소하러.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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