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 시즌2-픽시 자전거 사고
밤 10시를 4분 남겨 둔 시간이었다.
띠리리 띠리리리~
이렇게 노래방 소리와 번쩍거림 속에서 심상치 않은 녹차벨이 울렸다.
"엄마 S가 픽시 자전거를 타다가 다쳤어요. 사진 전송할게요 어떻게 할까요?"
"뭐어. 잠시 기다려 사진 확인하고 전화 다시 할게."
급하게 빠져나와 노래방 화장실에 앉았다.
재빠르게 문자를 열어 사진을 확인했다. 직업상 웬만해선 놀라지 않는데...
사진 속은 나의 아들이고, 무릎 부위에 찍히고 피가 많이 나고 발등도 긁혀서 아래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화가 났지만 화를 내면 뭐 하나 이미 일어난 일인걸.
다시 전화를 했다.
"S 어쩌다 다쳤어?"
"픽시*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서... 슬리퍼가 자전거에 빨려 들어가선... 안 빠져서...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찍었어요."
(*픽시 자전거:고정기어 자전거[Fixed-gear-bicycle], 즉 기어변속기와 프리휠이 없는 자전거를 말한다. 흔히 영어약칭인 픽시로 지칭한다.)
"아니 좀 조심하지..."
아들에게 한 전화가 스피커 폰으로 연결이 되었는지,
"엄마 어떻게 할까요? 집에 있는 걸로 소독할까요?"(딸이 다급히 묻는다.)
"일단 무릎 움직여봐. 골절이나 다른 이상은 없는지?"
"따갑고 아프기만 하고 무릎을 굽히는 데는 이상이 없어요."
"일단 엄마가 맥주를 한잔 마셨어. 대리 불러서 갈 테니 응급실 가서 소독하는 게 낫겠다.
병원 가면 불필요하게 X-RAY 찍으라 할 테니 물어보면 안 찍는다고 해.
미안하지만 G병원 응급실에 택시 타고 동생 좀 데리고 다녀와."
"네 알겠어요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일이 있으면 전화할 테니 그냥 마저 놀고 오세요."
이렇게 노래방에서 놀고 있는 일도 자주 있는 일도 아니요. 태풍으로 장마로 계속 미루다 만난 사람들이었다.
아들이 이렇게 자전거 타다가 다친 일중에는 제일 큰 사고인 듯하다. 거의 통학이나 학원용으로 타기 때문에 가벼운 긁힘외에 이렇게 피를 흘리는 건 몇 년 만의 일이다.
노래방 화장실에서 통화를 마치고 변기에서 일어났다.
다시 1번 룸에 들어오니 아무 일도 모른 옛 직장 동료들은 흥에 겨워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바로 일어날 수도 없고 너무도 열심히 흥이 오른 모습을 깨기 싫어서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부르고 싶은 곡을 더 불렀다. 이재민의 [골목길]을 목청이 떠나가도록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불렀다.
동료가 톡으로 대리운전 차를 불러주었다. 술을 많이 마시진 않아 정신은 멀쩡한데 아들 생각에 어지러웠다.
띠리링 딸의 문자가 왔다.
-따로 부러진 곳은 없어 보인다고 하시고 사진 찍을건지 물어보셔서 그냥 안 찍는다고 했어요.
뼈가 바로 밑에 있는 얇은 피부부위를 다쳐서 새살 안 올라오면 깊이 팰 수 있으니 정형외과 다니래요.
-벌써 무릎은 진물 올라오고 여름이라 염증 생기거나 잘 곪을 수 있으니깐 소독 열심히 하고 메디폼 붙이래요.
당사자인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가는 중이야. 안 아프니?"
"엄마 왜 벌써 오세요. 그냥 더 놀다 오셔도 돼요. 병원 다녀왔어요. 벌써.
많이 따갑기만 해요. 소독까지 하고 집에 오니 아무렇지도 않으니 조금 더 놀다 오세요."
엄마는 이미 대리 운전차에 몸을 실었단다. 잘 생기지 않는 일이 나니 마음이 불안하기도 하고 딸이 엄마자리 대신해서 응급실에 데리고 간 것도 너무 고맙다. 그리고 아들이 골절 없이 피부만 다치고 온 것에도 감사한 맘이 생겼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