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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ul 31. 2023

"저는 가벼운 스킨쉽말고 무거운 스킨쉽을 좋아합니다."

띠뽈씨♡의 출퇴근이야기시즌2-무거운 스킨쉽은 대체 뭘까?





엘베 비서님께서  엘리베이터를 아침부터 직접 호출해 주시었습니다.

저는 아침부터 비서를 부리는 여자입니다. 핫.




아침은 굶고 가는 일은 있을 수 없으니


"보자 보자 어디 뭘 먹고 가나?"


참외를 깎아 먹고 갈까? 밥을 먹어야지.


어제 그렇게 많은 메추리알 조림을 했는데 건더기는 없고 너무 끓여서 마늘이 다 문드러진 걸쭉한 국물만 남았다.


말을 많이 하니 허기가 져서 이 국물에 밥이라도 말아먹고 가야겠다.


크게 세 입을 털어 넣으니 없다.


내가 좋아하는 빨간색 미키마우스 통에 커피가루를 넣고 찬물을 부어 마구 흔들어 재꼈다.


밥과 커피 타는 통에 양말을 신을 시간은 없다.


흰 양말을 나의 검은 쌕 양쪽 바깥 주머니에 균형감 있게 밀어 넣고 현관을 나섰다.


나서기 전 알바로 지쳐있는 딸과 어제 워터 파크에서 실컷 놀다 온 아들 방에 들어가서 자고 있으니 눈으로만 인사를 나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는 일하러 가야 한다.


엘베를 타고 내려오면서 여러 브런치 작가님 생각이 나면서 언젠가는 지금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바쁜 아침 일상을 그리워할 날이 오겠다고 생각했다.


지하 주차장에 내려오니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걸어 나온다.


다행히 오늘은 좀비 같아 보이진 않는다.


조금만 늦게 들어와도 멀리 남의 동에 차를 대어야 한다.


월요일마다  직원들 인사 모임도 챙겨야 해서 조금 일찍 나와서 마음이 조금은 여유롭다.


지하주차장을 부드럽게 빠져나오니 휴가철이라 그런지 도로가 조금은 한산하다.


구석구석 스캔을 뜬다고 해야 하나.


오늘 아침은 오랜만에 출근이야기를 쓸 계획을 세워서 인지 레이다 망에 걸린 모든 것을 뇌에 저장한다.


특별한 사람도 눈에 띄는 어떤 물체도 없다.


거의 직장 가까이 와서 좌회전을 하려는 순간 내 레이다에 걸린 두 사람이 있다.


아침부터 이렇게 더운데 마라톤 선수 복장을 한 남자가 뛰고 있었고 그 뒤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아내로 보이는 여자가 뒤따르고 있었다.


나도 출근하지 않고 저렇게 운동하면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매일 아침마다 아리아가 틀어주는 [김태훈의 프리 웨이]를 듣는다.


김태훈 디제이의 금일 아침 방송 멘트다.


"저는 가벼운 스킨쉽말고 무거운 스킨쉽을 좋아합니다."


하루 종일 일하면서 힘든 순간이 생길 때마다 이 말에 키득거리며 오늘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생각했다.


'누구에게 이 멘트를 문자로 보낼 사람은 내게 없는 것인가?'



-다음 편에  계속-



(P.S)


점심을 먹고 시작된 근무시간에 밀린 채널 답글을 열심히 달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타 부서 직원이 와서,


-부장님께서 3자 대면하자고 하십니다.


순간 소름이 돋고 심장이 쫄깃해졌습니다.


마음이 조금은 무거워 아침부터 업시킨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무거운 스킨쉽이 저를 업시키고 있습니다. 대체 무거운 스킨쉽은 뭘까요? 제가 생각한 19금일까요?


저 많이 웃고 싶습니다만.

직장생활은 참 고달프기도 합니다.

[지금은 퇴근 직전 반드시 문자 보낼 사람을 찾고야 말겠어.]

[너는 아니? 무거운 스킨쉽이 어떤 의미인지. 켁.]


늘 같은 일상이지만 더 새로운 각도로 정성스런 글로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사랑합니다^^. 33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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