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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ug 05. 2023

"야 너 주말에 서면에 나가지 마라. 온통 칼부림이다"

띠뽈씨♡의 출퇴근이야기시즌2-계속 뿌리칠 수 없는 무거운 마음들.





토요일인 하루의 반나절도 매미들과 함께 일을 한 것 같다.


이렇게 바쁘면 매미소리가 안 들릴 듯도 한데 얼마나 마지막을 치열하게 불태우려 하는지 작열하는 태양과 함께 일하는 내내 귓전을 울려댄다.


여름휴가를 모두 병원으로 오는 것일까?  이번 주 월요일부터 휴가 피크철인데 모두 내 직장으로 몰려드는 느낌이다.

1시가 되었다. 나의 퇴근을 알리는 첫 시그널 인 셈.

엘리베이터에 셔터 내리는 소리가 찌이잉~~~ 하면서 나는 걸 보니,


'여름휴가철이에요. 선생님 오늘은 조금 더 일찍 나가주세용'


하는 셔터의 애교 섞인 목소리로 들린다.

계단을 내려온다. 여기저기 부서에서 퇴근하는 직원들과 손인사를 나눈다.

누군가가 말하는 얘기가 나지막이 들려온다.


"야 S 너 주말에 서면에 나가지 마라. 온통 칼부림이다 알았제."


앗 웃픈 얘기다. 며칠 새 몇 건의 사건이 터졌는지. 마음속으로 한 걱정이닷.

(퇴근때 무심코 들은 얘기인데 예고가 있어서 직원이 말한 거였네요. 지금 오후 4시 40분에 기사보고 깜짝놀랐어요.)




건물 바깥으로 나오니 눈이 부시다 못해 시리다.
뜨거운 열기가 후끈거리며 아스팔트 위로 올라온다.


바로 앞 도로가에 차들이 쉴 새 없이 다닌다.

갑자기 40여 년 전  한 여름에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느닷없이 나면서 [도로를 건널 때는 차가 지나가는 걸 확인 후 항상 횡단보도로 건너야 해요]하는  다 큰 아이들 유치원 선생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빠르게 걸어서 지하에 대어논 주차장으로 걸어간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와 내차에 지문 인식을 하며 문이 열리길 바란다.

아무리 인식을 해도 열리지 않는다.(이 차도 더위 먹었나 보다. 배터리가 다 되었나.)


다시 차 번호판을 확인해 보니 같은 기종인데 번호마저 비슷한데 내 차가 아니다.

또 허당 같은 짓을 하며 다른 방향 늘 대던 자리를 보니 그곳에 떡하니 서있다. 내차가.


오랜만에 글을 올린 작가님 글을 스캔해 본다.

차에 앉자마자 글을 읽으며 대프리카가 맞구나. 여기저기서 폭염에 지친 목소리가 들린다.

바로 시동을 걸었다.


라디오 이수지의 가요광장에서 펑키데이라나 펑크데이라나 팡팡 튀는 수지씨 목소리와 신나는 노래가

차 안에 마구 울려댄다. 내 마음과 반대 방향으로 말이다.

내 마음은 목요일 밤부터 펑크가 났는데도 말이다.


알바 마칠 시간이 다 된 딸아이 돈가스 식당에서 마칠 때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집에 또 혼자 있는 아들끼니도 걱정되어 집으로 바로 왔다.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와서 다시 지하주차장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내 마음마저 사실 며칠 새 지하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



-다음 편에 계속-



(P.S)


퇴근하고 집에 올라왔습니다. 며칠 동안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브런치 스토리는 어쩌면 저에게 글을 쓰면서 마음 상담을 해주는 창구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긍정돌이인 저도 해결방법을 몰라 헤매고 있습니다. 권고사직 글을 올리면서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며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오직 글을 써나가는 것이 요즘 저의 기쁨이자 해방구입니다.


이미 지난 일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이며, 해결방안들을 모색해야 하는데 참으로 저는 지혜롭지 못한 인간인가 봅니다. 이제 주말 동안 마음정리하기 위해 또 얼마나 글을 써댈지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오늘 포함.^^


철없이 띠꼴씨의 출퇴근이야기며 제 속을 낱낱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쏟아내었을 때가 행복한 시간이었던 거 같습니다. 무서운 돌풍을 예고드리며 여러분의 윤슬이 물러갑니다.


너무 덥죠? 주말은 시원한 곳에서 먹고 싶은 음식 드시면서, 마음의 중용이 가득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를 사랑하며, 사랑받고 싶은 윤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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