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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입장을 배려하며 글 쓰고 작품은 콩잎 팔듯이"

지인 시리즈 1탄-지인의 충고-

by 윤슬

지인과 황금휴일에 통화를 했다.


"어제 동생과 내 글들을 본 뒤 문자를 했는데, 나보고 일기 쓰냐? 고 했어"


"그래서?"


"아니 뭐. 가족이 그렇게 말하니깐 서운했어. 칭찬은 한마디도 없고. 뭐 내가 글을 썼던 사람도 아니고 이제 막 시작했는데.

어디 열의 일곱은 충고해 주더라도 셋 정도는 칭찬해 줄 수도 있잖아. 상처받았어."


그놈의 상처. 그 말을 안 했어야 했는데.


"아니야 그렇게 받아들이면 안 돼. 그러면 네가 발전이 없어. 내가 너를 보니

넌 항상 상처받았다는 말을 잘해. 직장에서 일이 있으면 무슨 일 때문에 상처받았어.

늘 그렇게 말한다고."


"내가 얘기 잘 안 하는데 뭔 얘기를 했다고 그래"


"네가 매사에 사람을 대하는 태도든지 무슨 일에 있어서 그렇게 상처만 받으면 어떻게 하니?

가만히 자신을 한번 돌아봐"


"..."


"지금도 그 실장님 일이라든지, 최근 직장에서도 늘 너는 상처받은 얘기만 했어. 네가 바뀌려고는 안 하고."


"..."


"동생이 하는 얘기가 하나도 틀린 게 없어"


"맞긴 하는데... 클라이막스, 긴장감, 묘사, 기승전결이 없고 요약본 같이 짧고 일기 같다고 해서 기분이 언짢아져서. 어제는 바로 몇 시간을 자고 저녁에 다시 문자를 보냈어. 사실 서운하다고. 그랬더니 동생이 "내가 문자를 다시 봐도 혹평이네. 야마리 없이"라고 했어.

그리곤 "나도 글 읽으면서 너무 아파서 읽기 힘들었어“라고 했어. 나는 그 말이 너무 위로가 되었어. 사실 나는 그 한마디 말이 듣고 싶었는지도 몰라.

너무 아팠고, 위로가 되었다."


"항상 위로받고 싶어 하고, 상처받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면 발전이 없다"


"맞아. 맞는 말이야. 응 그래 고마워"


"그래 글은 좀 썼어?"


"구독자가 없어. 내 글이 재미가 없나 봐"


"이제 글 쓴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래. 네가 할머니 얘기를 썼으면 할머니와 아버지를 생각할 때 니 입장에서 쓰지 말고 상대방을 생각하면서 배려하는 글을 써야 해. 니 입장에서만 너는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

할머니께서 큰아들이 조강지처를 잃고 손자까지 둘을 보내고 무슨 생각을 했을지. 며느리에 대한 생각들. 새엄마들에 대한 생각들. 손녀 둘을 키우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할머니가 가진 측은지심 같은 거. 할머니 입장에서.

아버지를 바라봤을 때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래야 글이 확장되면서 여러 사람이 읽었을 때 공감이 되는 거야.

니 입장에서만 보고 느낀 대로 쓰면 네 동생 말대로 일기가 되는 거지.


"그리고 글을 너무 많이 올리려고 생각하지 마. 예를 들면 콩잎을 따서 시장에 내다 팔 때 시커먼 색깔의 콩잎이 맛있을까. 정성 들여 오랜 시간 숙성한, 색깔 또한 예쁜 콩잎이 맛있을까. 누가 어떤 걸 사갈지 잘 생각해 봐. 가격도 마찬가지. 맛이 좋으면 처음엔 비싸도 천 원을 더 주고도 사가는 거야. 마음 급하게 숙성시키지 않고 올린 글은 당장은 조회가 올라갈지 몰라도 금방 잊혀. 일주일에 하나를 올리더라도 제대로 된 글을 올려야지."


"우리 엄마가 수학여행 갈 때 돈이 없어서 나보고 가지 말라고 했어. 그때 형편이 어려워서 2만 원이 없어서.

첫째가 공무원이 되어 있었지만 박봉이었고. 그 말을 하지 못한 거야 동생 수학여행 돈 좀 해달라고.

며칠 뒤 엄마가 동네 어른한테 2만 원 빌려와서 그래서 수학여행 갔어. 뭐냐면 자기 큰 자식에게도 말을 못 한 엄마 마음이 어땠겠는지 이제 나도 나이가 드니 알겠어. 그러니 글을 쓸 때 니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상대의 입장도 고려해서 글을 쓰도록 해. 많은 사람이 공감해 주는 글을 말이야"


"정말 고마워. 지금 나에게 너무 필요한 얘기야"


"글이란 건 써보면 알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져. 예를 들면 우리 사무실에도 각자 이름으로 도장이 찍히게 되면 그 글은 그 사람의 이름으로 나가는 거니 얼굴이나 마찬가지야. 어떤 태도로 단어 하나 선택해야 할지 정말 신중해야 하고. 그 단어나 문장에 따라서 훨씬 호소력 있고, 상대를 대변하는 글이 되는지 몰라. 그래서 한 글자 한 글자 잘 선택해서 신중하게 글을 쓰도록 해"


"나도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자꾸 쓰다 보면. 노력하면 말이야"


"내 생각은 그래. 글재주는 타고나는 거야.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도달하는 한계는 있고.

때론 노력해서 안 되는 일도 있어. 그렇지만 네가 시작을 했으니 한번 도전해 봐"


"너무 고마워 시작하는 내게 큰 도움이 되었어. 어서 들어가"


"배고프다. 들어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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