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시리즈 2탄-지인의 문자
느닷없이 문자가 날아왔다.
노랑 봄나비처럼.
[21:04 ]
(G)
S야
안아주고 싶네.
마음에 돋는 설움을 어떻게 떨쳐내야 할지.
넘 잘 견뎌내고 살아줘서 고맙구나.
쏟아내고 쏟아내어서
네 마음에는 찌꺼기가 하나도 남지 않기를
바래본다.
(나)
-심심했니(부끄러워서 한말이다.)
-몸은 좀 어떠니
-나는 또 쥐어짜고 있어.
-쥐어짜기보다 기억 더듬이.
-몸은?
-새삼스레 글을 디짓삣나?(찾아내었니?)
(G)
나아지고 있어.
우리가 참 멀리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21:06]
(나)
-멀리 있었지 다들
-죽고 싶은 날이 많았지.
[21:07]
(G)
지금의 너는 예전보다 그래도 훨 낫다.
(나)
-설익고 날것의 글들을 읽어 줘서 고맙다.
-점점 나아지고 있어.
-속도도... 표현도... 진짜 부끄럽다.
[21:08]
(G)
그런 시절도 살아왔는데
못할 거 뭐 있겠니
(나)
-글쓰기가 마음의 병을 낫게 하더라.
-다 읽었나
-매일 몇 편씩 써서 31편이나 되던데.
[21:09]
(G)
아직 다 못 읽었어
가슴이 저며서 천천히 읽을란다.
(나)
-너의 말이 울컥하게 하니
-그만하자...
-더 하면 글 못쓰고 울 거 같아
[21:10]
(G)
그래.
(나)
-운동하고 와서 쓸게
-너무 아끼고 사랑한다 친구야... 제일 하고 싶은 말 사랑한다.
[21:12]
(G)
네가 글 쓰면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평화로워진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니 글쓰기는 성공이다.
[21:13]
(나)
-너무 고마워 친구야
(G)
그래 나도 사랑한다.
운동하고
또 열심히 써라.
(친구와의 문자 전문을 그대로 옮겨 왔다.)
바로 헬스장으로 달려갔다.
속도계를 "9"로 올렸다.
뛰고 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많은 생각들도 함께 쏟아져 내렸다.
'가슴이 저며서 천천히 읽을란다.' 그 말이 그토록 절절하게 들려왔다.
예전처럼 책을 읽지도 읽을 시간도 많이 없다. 핑계일지도.
요즘은 브런치 작가님을 통해 특히 좋은 글귀를 많이 접한다.
마음에 콕 들어와 박히는 언어는 캡처를 해둔다.
지인시리즈 1탄처럼 자주 들어가 당시 충고들을 읽어 내리면서 다시 마음을 다 잡곤 한다.
오늘 G와의 문자를 통해 나 스스로 경계해야 할 것을
글 쓰는 한량작가님의 내용으로 정리해 볼까 한다.
'그래 너 수고했어. 이게 어디야'
'이 정도면 됐어'
'이거 쓰느라 날밤 샌 날이 며칠인데... 고칠 수 없어'
(글 쓰는 한량님의 [어쩌면잘쓰게될지도모릅니다]에서 발췌)
"내 글에 대해 지나친 연민의 정을 갖지 말 것"
이것이 지금의 내가 가장 경계해야 할 1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