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사춘기 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제발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맙시다.
"어디야?"
(오후 11시 43분)
전화 통화연결음도 없이 연결이 바로 된다. 내가 먼저 말할 때까지 아무 말이 없다.
"지금 가고 있어요"
"내일 시험인데 늦었다"
"원래 이 시간이에요."
뭐가 원래 이 시간이란 건지.
내일부터 3일간 중간고사 시험이다.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한다고 저녁에 잠깐 통화를 했다.
시험 전날이라 학원선생님도 내일 과목에 집중하라고 학원 쉬라고 했다 한다.
느닷없이, 어느 날.
"엄마 저 반장 됐어요"
(기겁하며)"뭐??"
"반에서 2명이 나왔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정말 기절할 노릇이었다. 여태 초등학교 때 딱 한번 반학기짜리 반장을 하고선 한 번도 그런 자리 욕심이 없는 아이였다. 좋긴 했다. 교우관계가 좋으니 반에서 인기가 많구나 싶었다.
한편으론 우리 시절엔 공부를 잘하던 아이만 하던 시절이라. 걱정도 되어서.
"저기. 힘든 거 있으면 얘기해"
"없어요"
"아니 뭐 반장엄마가 해야 될 일이 있으면 말이야"
"제가 알아서 해요"
아들은 들어오자마자 샤워부터 한다.
그리곤 내가 그날 이후 가득 채운 냉장고를 열어보곤
엷은 미소가 보일 듯 말 듯.
(소고기 구이용(채끝살), 고추참치캔, 치즈, 게맛살, 빵종류, 요플레, 두유 등등.)
“엄마 요플레 먹어도 돼요?”
“묻지 말고 먹어”
새어 나온 희미한 불빛으로 보아 방에 들어간 아들은 공부할게 아직 남은 모양이다.
덜 떨어진 가래기침 소리가 간간이 들려온다.
새벽 1시 27분.
나도 덩달아 잠이 오지 않는다.
작년 2학기 중간고사를 마친 날 저녁 8시 30분 무렵이었다.
"엄마 자전거가 없어졌어요"
숨을 헐떡이며 러닝머신 위를 달리던 나는 놀라서 전화를 받았다.
"뭐? 어디서?"
"경전철 자전거 보관소 밑에요"
"자물쇠는 채웠니?"
"아니 시험기간이라 일찍 마쳐서... 깜박하고..."
"신고하고 갈게. 기다려"
화가 났지만, 이미 일어난 일인 데다
더 이상 말씨름을 하면 내가 먼저 제 풀에 꺾여 넘어가기 일쑤여서 숨 고르기 1회.
바로 근처 Y파출소로 전화를 했다.
"여기 00 중학교 옆인데요. 자전거를 분실했는데..."
"지금 현장 직원 들어오는 데로 바로 보내겠습니다"
우리는 한 명의 앳되어 보이는 경찰관(아들에게 본인을 지칭하길 형이라고 했다. 매우 귀여우심.)과, 베테랑 경찰관 2명과 함께 사건 경위서를 썼다.
2022년 9월 00일 아침 8시쯤... 문구로부터 시작해서 아들의 지장을 찍고 경위서는 끝났다.
(아들은 경찰관과 지장을 찍으며 긴장하고 겁을 먹고 있었다. 잘못이 없어도 경찰은 무서움.)
이윽고 경찰관은 플래시를 들고 분실 장소를 여기저기 비추었다. 마침 위쪽에 보니
분실 자리를 정확히 비추는 CCTV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살았다. 뭔가는 나오겠지.'
'분명 잡을 수 있을 거야.'
"만약에 잡히면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대뜸 돌직구 질문. 이 물음이 가슴에 파고들었다.
"만약 또래 학생이면 자전거만 받고 용서해 줄 생각입니다만
네 생각은 어때?"
"용서 못해요. 가만히 안 둘 거예요... 진짜..."
아들은 몹시도 화가 나 있었다. 나에게 오랫동안 졸라서 반대를 무릅쓰고 마련한 잘생긴 픽시 자전거(브레이크가 없는)였다. 처음 산 날부터 지금까지 핸들바를 바꾸기도 하고, 반질반질하게 닦아서 윤이 났었다. 당장 등하교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CCTV 여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
맘대로 열어 볼 수 있는 게 아니고 관내시청에 연락을 해서 허락을 받고 열어야 합니다."
"상관없어요. 잡을 수만 있다면."
며칠이 지난 뒤에도 아무 연락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먼저 전화를 했다.
거두절미하고.
"선생님 어떻게 됐습니까?"
"아 열어 봤는데...
영상 녹화가 되었습니다...
학생으로 보이고... 고등학생 이후 대학생 정도. 흰 후드티. 어깨에 사선으로 가방을 메고... 쭉 그 중학교를 돌아서 해반천으로 내려가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인상착의로 전단지라도 만들어서 전봇대에 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제발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맙시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멀쩡한 외모를 가진 남자가 남의 자전거를 한치의 거리낌도 없이 가져갔다는 것에서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당시 경찰의 말에 의하면 이런 자전거 도둑이 많다는 거였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찾을 수 있겠네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해반천에서 주택가로 올라가는 지점 CCTV를 확인하면 찾을 수 있겠습니다."
(당시 경찰서로 전송한 자전거 사진)
“반드시… 잡고 말 테다”(불끈 이를 악문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