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만 원 주고 샀는데요. 김포에서 택배로 받았어요"

4화 사춘기 아들과의 좌충우돌 이야기-제발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맙시다.

by 윤슬

비가 온다. 시골만큼은 아니지만 젖은 흙으로부터 새벽향이 날리는 듯.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집으로 걸어간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아들이 중간고사를 마치고 주황으로 감싸인 컵홀더에 음료를 들고 비번을 누르려고 동 앞에 서 있다.


"어…“


이곳에서 서로 만나는 것은 거의 없는 일. 학원가는 시간과 겹쳐서 말이다.


"밥은?"


"배 안고파요."


삐삐삐 삐비비~ 드륵.


"시험 잘 쳤어?"


"영어는 00점 일거 같아요"


엘리베이터를 타니 정수기 점검하는 분이 1층에서 탔다.


"학원 선생님이 문제지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다 매겼는데..."(타인을 의식한 듯 말끝을 흐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학원 영어선생님이 00점이라고 말했어요. 거의 확정"


"생각보다 많이 올랐네. 그러면 수능칠 때는 100점 맞겠네..."


"내일은 수학인데 학원 안 가니?"


"원장님께서 그냥 집에서 하라고 했어요"


현관문이 닫히고, 다시 중문이 닫히더니, 아들 방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힌다.


과학은 거의 선생님께서 다 바뀌고 시험문제가 너무 어려웠다고 오후에 통화를 한 참이다.

닫힌 문을 바라보며 이래저래 삼중고네.(현관문, 중문, 아드님방문. 휴)


1시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샤워 후 머리를 말리고 있다. 이윽고.


"갔다 올게요"


"어"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아들을 스터디 카페에 보냈다.






또 며칠이 지나갔다. 경찰에서 아무 연락이 없다.


아들은 그 후부터 이상한 노이로제에 걸렸다고 했다. 온 학교 자전거를 다 훑고 다닌 것이다.

지나가는 네이비 엔 화이트 자전거만 보면 눈을 떼지 못했다. 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나도 입안에서 욕들이 엉키고 설켰다. 아들 앞에서 내뱉지만 못했을 뿐이다.


'대체 왜... 아무리 잠금장치를 안 했다 해도. 남의 물건을 그렇게 끌고 가나.'


솔직히 나는 픽시라는 자전거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CCTV 영상 듣기 전엔) 잠시 타보고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을 줄 알았던 것이다.


"저기 그게..... 먼저 연락을 드리려고 했는데. 해반천에서 올라가는 길에서 더 이상 영상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골목골목마다 CCTV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실망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깟 자전거 하나 때문에 바쁜 공권력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고구마 줄기에 고구마 딸려오듯이 자전거 도둑 소탕 작전이라도 펼치는 계기가 되길 바랐는데.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올해 2월 8일 무렵. 일을 하고 있는데 벨이 울렸다.

다급하고 흥분된 목소리로,


"엄마 제 자전거 찾았어요"


"뭐, 어디서 찾아?"


"학교에 한 학년 후배가 타고 있어서 일단 자전거를 잡고 있어요"


"아니 엄마 일하고 있어서 못 가는데?"


"근데 그 자전거 니 자전거 맞아?"


"네 거의 맞는 거 같아요. 후배가 사서 페달과 바퀴 부분만 수리했다고 했어요. 올 1월에 B장터에서 사서 택배 받았대요.

내가 바를 교체할 때 생긴 흠집자국이 그대로 있어요... 어떻게 할까요?"


"일단 Y지구대에 전화할 테니 그리로 갈래?. 그 후배랑 자전거 들고."


"네"



나는 급하게 Y지구대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아이들만 보낸다고 했다.

아들과, 후배 G는 자세한 영문도 모른 채 대강의 얘기만 듣고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이후 조사관이 후배 G부모와도 통화를 해서 내막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 자전거 어디서 났니?"

"26만 원 주고 샀는데요. 김포에서 택배로 받았어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자전거가 그렇게 멀리까지 갔을까. 그렇게 찾으려고 해도 없더니.

그것도 돌고 돌아 같은 학교에 떠억~ 돌아오다니. 분명 뭔가 있어 있다니깐.'

(나는 혼자 수없이 중얼거렸다.)


일단 Y지구대는 사건을 해결할 때까지 후배 G에게 타지 말고 들고 있으라고 했단다.

원래 사건이 이관된 J경찰서에서 연락이 올 거라고 모든 조사내용은 그쪽으로 전달한다고 했다.


며칠 뒤 J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이전 김포에서 물건을 판 사람이랑 연락이 되었다는 것이다.

젊은 여성으로 본인은 정상적으로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이전 거래자를 찾아 나섰다.


서울시내 은평구에 거주하는 젊은 남자였다.


후배 G가 타던 자전거/김포에서 젊은 여성이 산 자전거
잃어버리기 직전 아들 자전거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