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 시즌2-아들의 여드름과 우울한 상태 2
출근길에 부재중 전화가 들어와 있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친구였다. 차에 문제가 생겨 정비소에 일찍 출근 전에 들렀다고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고 했다. 목소리가 너무 무거우니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냥 자식일이 그렇다고 했다. 자식은 모든 부모들이 다 그렇다고 했다.
며칠 전 고3인 아들이 공군사관학교 시험을 쳤다고 했잖아. 필기시험에 합격을 했어. 그런데 모의로 보는 면접에 등록을 하라고 했는데 안 하는 거야. 고3이고 뭐고 간에 고함을 질렀지. 남들은 고3에게 고함지르는 부모는 첨 본다고들 하더라. 나는 그냥 공군사관학교 가면 걱정이 없겠는데 약대에 간다고 하네. 그냥 공군사관학교가 싫대. 지금 11월 수능이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냥 이런 면접에 신경을 안 쓰고 수능 준비를 더 하게 그냥 좀 내버려 두라고 하더라. 자식은 이런 거야. 그냥 모든 부모들이 다 맘대로 하지도 못해. 자꾸 옛날 우리 때 생각하지 말고.
출근을 해서 도저히 너무 힘이 들어서 동생에게 문자를 했다. 31일에 개학이야. 무슨 일 있냐고 물었다. 여드름이 너무 심해서 우울증 초기까지 온 거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우선 병원에 가야지. 진짜 피부과는 너무 비싸. 문제는 치료를 받아도 이제 만 15세니 앞으로 얼마나 더 돈을 주고 반복해야 하는 거니. 있어봐. 아는 친한 언니한테 물어보니 약이 있다고 해. 진짜 독한 약이긴 한대. 그걸 먹고 6개월 안에 정말 좋아졌대. 한번 주위 약국이나 피부과에 그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
선생님 저 J입니다. 혹시 소아과에서 사진에 나온 약 처방 가능할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소아과에서는 우선 이 약을 등록을 해야 하고 약국에 약을 넣어 달라고 부탁해 볼게요. 확인하고 다시 연락을 준다 하신 선생님께서 오후에 최종적으로 이 약은 피부과에서 나가는 약이라 소아과에서 등록해서 사용하면 삭감이 너무 많이 되어서 처방이 불가하다는 거였다. 주변 피부과에 전화를 돌렸다. 한번 진료받은 적이 있는 S입니다. 여드름약 치료제 이소트레티노인성분인 L약을 처방받을 수 있을까요. 이 약은 중등도 약이라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보고 처방이 가능한 약입니다. 오셔서 확인 후 해드릴 수 있고 처방해 드려도 근처 약국에 이 약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소아과선생님이 다시 연락이 와서 약국에는 처방을 하면 받을 수 있도록 입고해 두겠노라고 하신다.
정신없이 하루가 후딱 흘러 퇴근시간이 다 되어 간다. 정신을 차리고 아들에게 문자를 넣었다. 마치자마자 피부과에 가서 우선 약처방부터 받자. 마치면 연락 줘.
"엄마 이제 마쳤어요. 혹시 공구물품에 냉동 블루베리가 있던데 제가 먼저 가서 1개만 계산하고 먹어도 될까요?"
대뜸 엉뚱한 얘기를 한다. 알아보고 말해줄게라고 대답을 한 뒤 바로 점장이 안된다고 해서 그렇다고 말해줬다.
"엄마. 어제 밤 12시 넘어서 엄마랑 얘기한 후 책상정리했는데 오늘 아침에 보셨어요? 어제 누나랑 얘기했는데 9월 15일부터 중간고사인데 공부든 뭐든 한번 해볼게요. 누나랑 늦게까지 얘기 많이 했어요. 플래너랑 공책도 사달라고 부탁했고 공부 도와 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누나가 새벽운동 나갈 때 깨워 달라고 했고요. 그러니 피부과는 중간고사 치자 마자 갈게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때까지만 참고 공부할게요. 새벽 3시까지 멍 때리면서 생각하다가 잤어요."
눈이 붓도록 진심을 다해 한 충고가 통한 것일까. 잘 살고 싶다. 많이 웃고 싶다. 너무도 단순한 내가 조금만 열심히 하는 모습만 보여도 활짝 웃는 엄마를 슬프게 하지 말아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