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아주 힘든 이야기
우울한 마음이 물밀듯이 올라온다. 어제는 마치자마자 마트에서 시장을 보고 중학교에 고교 진학설명회를 한다고 하여 또 미친 듯이 과속하여 달려갔다. 미리 공지를 못 받고 설명회는 들어야겠고 무엇보다 위태로운 아들 때문에 상담을 해야겠다 싶어서다. 학교에 당일 문자 발송을 하면 어떡하냐고 전화했더니 이미 가정통신문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홈페이지 올려놨는데 못 봤냐고 하신다. 가끔 홈피는 들어가 보지만 자주 보지는 못한다. 아들이 학교에 오지 않았으면 해서 전달을 안 했나 잠시 생각했다.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그 바쁜 와중에 집에 가서 시장본 것을 지하주차장에 쏟았다. 저녁 먹으러 온 딸에게 들고 올라가라고 말했다. 중간고사 결과가 대충 나와서 나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충격을 받았다. 그 와중에... 학교로 가고 있는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엄마 저 학원 3달 정도 쉬고 싶어요. 주짓수 3달 하고 몸 좀 풀고, 따고 싶은 블루 벨트 도전하고 싶어요.
공부를 안 한다는 말이 아니고요. 엄마 제발 저 좀 쉬고 싶어요."
참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았다.
"야이 새끼야. 이걸 성적이라고 받았어? 그냥 학원 때리 쳐. 그리고 인문계 고등학교 꿈도 꾸지 마.
(계속 새끼야를 연발하며)
그냥 뭐 배워. 농고가든지 공고가든지 대충 배워서 살아라."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냥 전화를 끊었다. 학교에 도착했다. 지각이었지만 강의 오신 부모님 등록을 하는 시간이 있어서 처음부터 강의를 듣게 되었다. 강의 내내 특성화고에 대한 설명만 귀에 엄청 크게 들려왔다.
며칠 굶은 거처럼 떡 한 조각과 두유팩에 든 생수를 마스크 안 입에 우거우걱 씹어 넣었다. 그냥 살고 싶은 소망이 없어졌다.
아들이 전화오기 전 마트에서 시장을 봐서 집으로 오면서 딸에게 전화를 했다.
"J야 S성적을 들으니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J야 엄마 그냥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 엄마가 없으면 이거 다 팔고 그 집에서 데리고 가면 사는데 문제없을 거다. 엄마 이제 다 그만하고 싶다. 다 내려놓고 싶어."
힘이 들어도 아이들 때문에 또 버틴다. 나 혼자 살려면 이렇게 바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단칸방에 지난 10년 이상 산거처럼 살아도 된다. 아무 거리낌 없이 그냥 살아도 된다. 이 말도 가식일까 아이들을 핑계로 내가 저 내 형편에 안맞는 큰 집에 살고 싶었던 걸까... 너무 허덕거린다...
정말 3학년 8반 선생님께서는 학부모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셨다. 그리고 편견 없이 정보를 전달하려고 애쓴 것이 역력히 보였다. 예를 들자면 고교학력을 인정해 주는 조리학원이나 그 외 기술을 연마하는 곳이 비하되어 설명이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덧붙이셨다. 이 지역에서 알고 있는 일반고 말고 약간 공부성적이 부진한 아이들이 가는 곳도 객관적으로 말씀하셨고 생명고는 작년에 경쟁률이 1.7:1 정도이고 지역 내 유명 외고가 미달이었다고도 귀띔해 주셨다. 강의가 끝나갈수록 담임과 마주할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한창 일할 시간 중간고사 3일을 앞두고 담임이 문자가왔다. 아들과 관련해 상담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두 아이 키우면서 그런 문자는 처음 받았다.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다음 편에 계속-
(P.S)
농고와 공고를 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