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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 새끼야. 이걸 성적이라고 받았어? 2

사춘기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담임의 상담요청하는 전화가 왔다.

by 윤슬





선생님 무슨 일이십니까. 일하다가 너무 놀래서 전화드렸습니다.


아 그게 뭐... 별 일은 아니고요... S가 2학기 되고 나서 많이 업되어 있어요. 아주 많이요. 붕 떠있어요.

오늘도 시험이 3일 남았는데 복도에서 안 친했으면 하는 아이들이랑 얘기하고 있고. 쫌 많이 노는... 아이들이라 좀 그런데... 또... 그런 아이들과 함께 어울릴까 봐 걱정이 됩니다. 또 며칠 전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싸움이 났는데 S가 말려주었으면 좋겠는데 구경하러 간다면서 남자들 사이에는 그런 게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반장이기도 하고 S가 키도 크고 덩치도 있으니 말려 주길 바랬죠. 그건 그렇다 치고 가장 걱정이 된 건... S가 양호실에 가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선생님들이 말하기를 우둘투둘한 시멘트 벽에다 주먹으로 쭉 그어서 자해를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체육복과 교복만 허용이 되는데 사복으로 학교에서 갈아입고 슬리퍼를 신고 다녀서 선도부에 많이 걸렸습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나요?...


네. 정말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혹시 집에서 무슨 일이 있나요?


아니요. 집에 오면 가라앉아 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어요. 며칠 전 여드름으로 우울증이 올 거 같다해서 시험 끝나고 독한 여드름약을 처방받아서 먹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이라서 다행이었다.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순간은 그랬고 조금 시간이 지나니 누군가에게 모를 분노가 일었고 그리고 3일 동안 어떻게 참고 있을지 가슴이 답답해 왔다. 시험을 쳐야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학원 원장님께 연락을 했더니 전화가 왔다. 남자들 사이엔 그럴 수 있다며 학원에서 S의 특별한 변화는 없다고 말씀하셨다. 꼭 이상한 변화가 감지되면 바로 전화를 당부하며 전화를 끊었다.



3일 동안 아이의 손을 관찰했다. 왼쪽 손등에 긁힌 듯한 상처가 나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슬리퍼를 신고 다닌 건 다리와 발등을 심하게 다쳐서 그럴 것이라고 쳐다보면서 합리화했다. 내가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아이의 급격한 무드 변화에 대한 얘기였다. 대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 걸까... 3일 동안 참고 또 참았다. 소고기콩나물국, 고니명란알탕, 고등어김치찜 딱 시험기간 3일 동안 안 하던 반찬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나고 둘이 저녁을 먹으며 식탁에 앉았다.


S야 담임과 3일 전 통화를 했어. 요즘 뭐 좋은 일 있어?

.......


시험기간 전에 복도 다니면서 껄렁한 애들이랑 어울려서 뭐 했니. 그 손은... 어디 다쳤니. 처음에는 최대한 상냥하게 얘기를 시작했다. 아들은 선생님께서 배신을 하셨다고 얘기했고 그리고 손등은 교실 출입문에 긁혀서 그런 것이고 시험기간이 되니 모든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 공부만 하니 숨이 막혀서 복도에, 예전에 같은 반이었던 애들이랑 좀 서있었어요. 제가 담배를 피웠어요????? 그 애들이랑 바깥에서 개인적으로 만나 놀기라도 했어요? 정말 왜 이러는 건데요?


서로 감정이 격앙되었다. 아들은 할 만만 정확히 하라고 했다. 내일 학교에 가서 담임선생님과 얘기 좀 해야겠다고. 일단 자해한 건 아닌 것 같다. 담임선생님과 다시 얘기를 해봐야겠다. 대화가 잘 되질 않는다. 이미 여러 가지 일을 얘기하다 나도 모르게 소리쳐 버렸다.


"엄마 부끄러워 죽겠어. 왜 이런 전화가 오게 햇"

(지금 생각하면 이 말은 안 했으면 더 좋았겠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모든 고교 진학 설명회가 마치고 각 교실로 향했다. 4층으로 올라가는 길이 참 멀게 느껴졌다. 반장임에도 통화와 문자만 여러 번 주고받고 이제야 담임선생님을 독대하게 되었다. 교실 문이 드르륵 열렸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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