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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 새끼야. 이걸 성적이라고 받았어? 3

사춘기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이야기

by 윤슬





세명의 엄마가 대기하고 있었다. 나 포함. 한문선생님이신 담임은 목소리와 문자로 본 분과 똑같았다.

어쩌다 보니 두 명의 엄마는 화장실 간다고, 또 기다리겠다고 나에게 제일 먼저 상담을 양보했다. 대충 교실을 둘러본 뒤 담임선생님께서 자리표 코팅지를 들고 오셔서 아들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가운데 분단 3번째 오른쪽 자리였다. 나는 담임선생님께 먼저 이제야 찾아뵈어서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린 후 속사포로 모든 얘기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선생님께서 얘기하기 전에 칠판에 그린 저 그림 S가 그렸다고 했다.(사진을 못 찍은 것이 아쉽다.) 남대문 같은데 분필로 그린 그림이 칠판을 한가득 메우고 있었다.


S엄마:선생님 직접 만나서 말씀드리려고 아들과 대화 후 전화를 못 드렸습니다. 저 그림을 보니 생각이 나는데 S는 원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합니다. 상세한 묘사도 잘하고요. 제가 이번 시험을 잘 치면 (아이패드를 사준다고) 보상을 해준다고 했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데 그 기다 4컷의 그림을 그려주면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실력도 늘고 저도 아이 마음을 알 수 있을 거 같아서 공약을 건 것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해서 그 보상받으려고 기분이 업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여기서 진짜 은수작가님과 초윤이 얘길 안 할 수 없네요. 정말 부러웠고 아들이 그림을 올리겠다고 하면 작가님께 양해를 구하고 우리 아들과 함께 그림과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전화를 받고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S와 대화를 해보니 자기는 자해한 적이 없다고 해요. 억울하다고 했어요.


담임선생님:S에게 핸드폰을 건네자마자 문자를 확인하더니 엄마가 학교 못 오게 가정통신문을 안 드린 게 아니라면서 깜박했다고 바로 전화한다면서 나갔어요. 어머니 얘기 잘 들었습니다. 저는 어머니께 전화를 하고 난 뒤 많이 놀라시는 모습을 보고 전화를 안 드릴걸 잘못했다고 많이 후회했습니다. S는 말씀은 그렇게 드렸지만 장점은 더 많은 아이라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보기에 S는 고등학교 가기 전 마지막 기회이니 3개월 하고 싶은 주짓수를 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됩니다. 남자아이들은 늦게 트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후에는 공부에 전념을 해야 할 것이고. S는 이대로라면 일반고 가면 힘들 거 같습니다. 특성화고 가면 탑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자해 부분은 저는 선생님들께 건너, 건너서 들었습니다. 정확히 보진 못했습니다. 확인이 확실하게 되지 않았나 봅니다.


[어머니 저는 S에게 여자 친구가 있으면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 이전 학교에서도 그랬고 저는 우리 아이들이 어떤 친구와 사귀는지 직접 같이 만나 보기도 합니다. 정말로 우리 아이들이 걱정도 되고 제가 괜찮은지 확인을 하고 싶거든요.]


나는 선생님의 마지막 말에서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져서다. 밖을 잠시 보니 2명의 어머니가 내가 오래 상담하는 바람에 투명 창문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급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담임선생님:S는 얼핏 보기에 깔롱지기며 껄렁해 보이지만 합창제 사회를 보았는데, 같이 한 다른 반 선생님께서 첨에 이상하게 보시더니 같이 일을 해보니 참 좋은 학생이라고 하셨어요.라면서 담임선생님께서는 아들의 특출난 피지컬과 외모에 대해 칭찬을 내려놓으시면서 훈훈하게 마무리 지어 주셨다. 아마도 내가 걱정이 되어 보이는 듯했다.


S엄마:선생님 이제 원서도 써야 하고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공손히 인사를 드린 후 교실을 나왔다. 복도를 걸어 나오면서 긴장이 풀리기도 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가시진 않았다. 1층에서 파란색 덧신을 벗어놓고 운동장으로 걸어 나왔다. 차에 타서 시동을 켠 뒤 눈물이 나왔다. 힘들게 지나온 시간들에 이유는 있겠지만 그냥 울었다. 집에 들어가기 싫다. 아파트 근처 갓길 오토바이 뒤에 차를 숨기고 또 한참을 있었다. 오토바이가 갑자기 출발하자 노출이 된 거처럼 부끄러운 마음이 올라왔다. 지하 3층 주차장에 차를 대었다. 20여분을 차에 앉아서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하고 정리했다. 친구에게 전화해 달라고 문자를 보내도 아무도 답장이 없다. 집에 올라오니 그 아들이 혼자서 내가 시장 봐 온 고기를 볶아서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고 싱크대엔 볶음을 하고 난 눌러붙은 냄비에 물을 부어놓지 않아 고함을 질렀고, 관리비 폭탄 영수증이 소파 위에 있어 누가 돈을 버는 것이냐고 다시 고함을 질렀다. 거실바닥에 씻어진 운동복이 내가 눕는 자리에 있어 자기 옷 찾아가라고 세 번째 고함을 쳤을 때 내가 비이성적인 상태라는 걸 알아차렸다.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지하 2층 헬스장에 갔다. 마치고 밤 10시가 되었는데 갑자기 나는 갈 곳을 잃었다. 가고 싶은 곳도 가야 할 곳도 없는 듯이 느껴졌다. 그리너리 라운지의 소파에 머리를 뒤로 한채 눈을 감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모든 불이 소등되었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눈이 떠졌다. 집에 올라와 내 거실 자는 자리에, 운동복 가져가라고 소리친 자리에 웅크리고 씻지 않고 바로 잠이 들었다.



끝-



(P.S)

글로 토해내야 숨을 쉴 것 같았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썼다. 그냥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조금 낫다.

나는 아주 이기적인 목적으로 글을 쓰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할, 이성적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살아나가야겠기에. 내 글의 피로도가 많이 높다. 여기가 내 감정 쓰레기통이 아님을 알기에. 다 쓰고 나서야 이성이 스물 거리며 올라왔다. 다 읽으신 분이 있다면 고맙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죄송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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