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아들과의 다툼뒤의 대화내용
오후 1시에 퇴근을 하자마자 아들 방을 들여다보니 깨끗이 청소가 되어 있었다. 들어오기 전에 점심 먹자고 했는데 약속이 있어서 나간다고 했다. 안방에 들어가 보니 화장대 밑에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고 정리가 되어 있다.
'이게 뭐지? 우렁각시라도 왔다 갔나?'
거실에 보니 건조기에서 나온 빨래가 잘 개어져 있다. 누나와 엄마 속옷만 한 곳에 뭉쳐져 있었다. 티비 옆에 보니 청소기가 나와서 서 있었다. 직감적으로 부엌으로 달려갔다. 싱크대는 말끔히 비워져 있고 식세기에 [23분]이라는 불빛이 나를 반겼다.
'어 이게 뭐지?'
보통 기본으로 돌리면 1시간 47분이며 누나는 11시에 알바하러 갔고. 그러면 누가 이것을 한꺼번에 다 해놨단 말이지... 식탁 위에 보니 상처가 났는지 메디폼 자르고 뒷정리가 안된 게 보였다.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어디니? 어디 다쳤니?"
"어 그거요 손이 좀 긁혀서 아파서 붙였어요..."
"너 혹시... 식세기 돌렸니?"
"네 제가 다 돌렸어요. 안방에 머리카락 없죠? 거실에 다 개벼 놨죠? 집이 깨끗할 걸요."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엄마가 퇴근하고 들어와서 집이 깨끗하니 너무 좋아. 종종 주중에 못하면 주말이라도 부탁할게."
"네."
아침에 독한 여드름약 때문에 일찍 밥을 해서 먹였다. 후드기에서 기름이 떨어져서 아파트에서 공동구매한 기름받이가 도착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서질 않았다.
"밥 먹고 이것 좀 도와줘."
밥 먹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 것도 싫어한다. 식탁 근처에 서성거리면 볼일 다 봤으면 가서 앉아 있으라 하고. 아직 얼굴은 보니 여드름은 그대로다. 턱선을 따라 심하게 빨갛게 돋아 올랐고. 아직 약 부작용은 없어 보인다. 입술이 바짝 말라서 뒤집어 지지도 않은 거 같다. 보습제를 많이 바르라고 했었다. 밥을 다 먹은 것을 확인하고 얘기 좀 하자고 했다. 아들이 내 얼굴을 등지고 후드기를 관찰하고 서 있다. 엄마 쳐다보고 얘기한 뒤 고쳐달라고 부탁했다.
"할 얘기 하세요. 다하고 고칠게요."
"주짓수 가는 것 말이야.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학원 원장님하고 얘기했는데 수학은 고등학교 과정 미리 해야 한다고 쉬는 건 안된다고 하세요. 그리고 국어는 주말에 2시간만 하니깐 운동하고는 상관이 없을 거 같아요. 그렇게 할게요."
생각보다 순순히 3개월 쉬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엄마가 그날 고함지르면서 할 말 다 해놓고 무슨 얘기를 더 하라는 건데요."
"엄마가 미안하다고 사과 했챦아. 진심으로 미안하다."
"엄마는 사과하면 다겠지만 저는 안 그렇다고요. 제 마음이 풀릴 때까지 그냥 기다려 주세요. 엄마보고 뭘 하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그래. 알겠어. 네 화가 풀릴 때까지 기다릴게. 그런데 요즘 뭐가 그리 힘드니?"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싶어요. 지금은 운동 쫌 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어요."
"엄마는 걱정이 되는 게 3개월 운동하고 블루벨트 따고도 네가 계속 운동한다고 공부를 안 한다 할까봐 걱정이야. 3개월 뒤는 고등학교 가니 정신 차리고 집중할 거지?"
"엄마는 항상 얘기하다 보면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얘기하세요. 그러니 더 얘기하기 싫어진다고요. 그리고 저는 특성화고 가기 싫어요."
이모와 담임과 내 생각은 그냥 주짓수 3개월 보내고 학원에 안 보내는 마음으로 일치를 했으나 본인이 미리 계획을 세우고 수학과 주말 국어를 계속하겠다고 한다. 수학이 좀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한다. 질문을 더 하고 싶어도 자기가 제일 먼저 중학교 2학년 반으로 들어와서 원장님께서 엄청 챙겨주시는 건 알겠는데 지금은 개인과외도 아니고 반인원이 10명 정도나 되니 모든 아이들이 다 질문을 하면 어떻게 되겠냐고. 좀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아닌 듯하면서도 FM 같은 아들의 태도가 답답할 때도 있다. 아들과 터놓고 많은 얘기를 했다.
"S 너는 대체 뭐가 제일 중요하니?"
"1등 현재 운동 2등 0000 3등 공부예요."
"뭐? 엄마는?"
"엄마는 순위에 없어요. 0순위예요. 누나는? 4위요."
"뭐라고? 누나 알면 난리 난다."
"누나도 순위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