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못 자고 나 자신을 자책하고 앉아 있다."
브런치에 대해 글쓰기하다 퇴근전에 생긴 일로 자책하는 자신을 발견하다.
브런치 글쓰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생각해 본다. 빠르게 글을 써서 이성적인 생각이나 논리적인 느낌을 배제하려고 한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갑자기 음하고 턱을 고이게 된다... 아무래도 민감한 얘기들이 나오려고 해서일까.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많은 작가님들 생각 때문일까.
브런치 글쓰기에 대해 정말 많은 것들을 내려놓았다. 여기는 여러 가지가 포함되어 있겠지만 나만의 브랜드나 이익추구를 위한 생각은 이제 다 접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글을 쓰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그냥 욕심 없이 글을 써다 보니 일기 같은 하루의 일상을 그냥 적는다. 자전거를 탔다. 사춘기 아들 때문에 오늘 정말 힘이 들었다. 나는 오늘... 나는 오늘 직장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고, 오늘 나의 하루 일상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나는 오늘(마치 국민학교 방학일기처럼) 너무 외롭고 아프고 고달팠다 등등...
(갑자기 상담이 생겨서 글 쓰는 맥이 잠시 끊겼다.)
예전에 글을 잘 썼다는 것은 아니지만 몸에 힘을 빼고 글을 쓰니 정말 글이 술술 적힌다. 이전 초창기 글들은 잘 쓰지도 못하면서 잔뜩 힘이 들어가거나 미사여구를 남발하며 썼거나 조금이라도 나의 글쓰기 능력이 마치 타고 나기라도 한 것처럼 부풀려 쓴 것도 보인다. 비록 다시 다 읽어 보지도 않지만. 간혹 어떤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면 한번 들어가서 보기는 한다. 그냥 나의 지난 일기이면서 그때 어떤 일이 있었나 하는 나만의 역사가 되어버리는 브런치 글쓰기 같다. 이렇게 잘 쓰지도 못하는 글에다 회색 건물에 박혀서 나의 글이 가장 재미있다고 하시는 분이 있질 않나. 내게 재즈 피아노 곡들을 올려 주시분도 있고 눈물이 나도록 위로와 격려로 실질적인 아들 키우는 팁을 서슴없이 올려주시는 작가님도 계신다. 그리고 댓글로 나를 울리고 감동시키는 분도 있다. 이런 분들이 있는 한 나는 글쓰기를 멈출 수가 없다. 또한 나를 설레이게...
(여기까지 쓰다가 일이 있어서 쓰지 못하고 마무리하고 6시 30분이 넘어서 퇴근했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축구도 보고 병원에서 퇴근 전 있었던 일을 잊으려 해도 지금까지 잊히지가 않는다. 이것은 단순히 그 사건에만 있지 않고 내 마음속에 불편한 것이 잠재의식 속에서 올라왔다는 증거다.
퇴근 20분 정도를 앞두고 오늘 당직의가 차가 막혀서 30분 늦게 온다는 것이었다. 모든 의사들은 오늘부터 이제 연휴의 시작이고 일찍 집에 가고 싶어 한다.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다. 갑자기 J가 씩씩거리면서 달려왔다. 과장님 대체 당직의가 30분이나 늦는 거 얘기 들었냐고. 예. 보고 받았어요. 그러면 대체 외래 간호과장님이 되셔 가지고 일을 해결 안 하고 뭐 하시는 거예요? 제가 남자당직의가 늦어서 근무 중인 K남자의사에게 가서 당직의가 늦으니 30분만 더 계셔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엄청 화를 내면서 짜증을 내셨어요. 그걸 과장님이 하셔야지... 연휴의 시작이라 많은 사람들이 서로 한가위 잘 지내라는 인사를 하느라, 집에 안 가고 외래 홀에 서 있던 중이었다. 모두들 수군거리면서 무슨 일이라도 났는지 J가 과장인 나에게 하는 행동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외래 접수 상황을 보니 대기가 하나도 없길래 30분까지 남아서 환자분들이 오시면 말하고 양해를 구하려고 했지. 계속 J는 왔다 갔다 하면서 씩씩거렸다.
'아니 이봐. J 요즘 보자 보자 하니깐 선을 넘는 것 같네요. 아니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걸 그렇게 씩씩 거리면서 사람들 다 있는데서 나에게 핀잔을 주면서 할 소린가요? 당신은 여기 20년 넘게 근무한 사람이고 나는 이제 1년이 넘었어요.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뭔가 상황을 내가 파악을 못하고 있으면 나에게 문 닫고 들어와서 과장님께서 K남의사방에 가서 부탁 좀 해주세요.라고 할 것이지. 당신이 뭔데 과장이 되어서 해결 안 한다는 소릴 하고 그래. 나한테 와서 미리 말했으면 내가 들어가서 부탁을 했지. 누가 들어가서 욕 들으면서 말하라 했어?'
목구멍까지 차오르던 소리를 못하고 왔던 것이 계속 화를 나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브런치에 화풀이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웬만해선 뭐라 하지 않고 20년 넘게 터줏대감으로 있어 온 J를 아랫사람이지만 존중하려고 무단히 애를 썼다. 내가 말을 안 하고 있으니 벙어리인 줄 알고 요즘 주윗사람들 의식하지 않고 자기 기분이 내키는 대로 행동한 것이 최근 들어 3번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집에 와서도 연휴가 시작되어 글도 실컷 쓰고 자전거도 타고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아야 할 기분이 일개 부하직원의 퇴근 전 씩씩거리면서 하던 말들로 이렇게 망쳐지고 있으니 속이 너무 상한다. 늦게 퇴근하면서 문자라도 보낼까 했다. 나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문자라도 올까 기다렸다. 아무 말이 없다. 너그러운 나도 오늘 밤은 마음이 좋질 않다. 늘 아끼던 J. 그녀의 머릿속에 요즘 무슨 생각이 차 있는 걸까. 원래 그렇다고 하기엔 그녀는 상사 비위를 잘 맞추는 사람이었기에. 특히 부장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부하이기에.
밤 12시가 넘었다. 손가락 부목도 풀고 정형외과에서 준 진통제도 먹었다. 어제처럼 쏟아져야 할 잠도 오질 않는다. 그 상황을 생각하다가 분노하다가 그녀를 이해하다가 결국 모든 화살을 나에게 겨누어 버리는 내 성격이 때론 지긋지긋하다. 왜 속시원히 말을 못 하니. 왜 또 혼자 잠도 못 자고 꿍꿍거리고 있는 거니. 너에게 이렇듯 브런치는 딱이다. 글을 써야 네 마음이 누그러지니깐. 이젠 누구에게 이런 하소연을 할 수도 없다. 이젠 이런 감정 따위는 스스로 해결할 나이도 되었는데. 잠을 못 자고 나 자신을 자책하고 앉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