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아들과의 잡다한 대화
어젯밤 10시에 동료들과 모임을 마치고 지하 3층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뒤에서.
"엄마? 엄마예요? "
순간 놀랬다. 목소리는 아들 목소리다. 엘베를 안 타고 자전거를 끌고 엘베 뒷공간에서 폰을 들고 서 있었다.
"응. 좀 늦었네. 주짓수 갔다 오는 거니?"
"엄마 금요일하고 주말에 국어 4시간 하찮아요."
"아 맞다. 알고 있었는데 깜박했네."
"너 반바지 입고 안 추워?"
다리가 벌개서 물어봤다.
"진짜 추워요. 얼어 죽겠어요."
엘베 안에서의 대화다.
"엄마, 국어 수업을 갔더니 여자애들이 12명이에요. 기 빨려 죽겠어요. 아 진짜...
뭘 물어보려고 해도 옆도 앞도 뒤도 모두 여자 애들. 남자는 저 밖에 없어요."
"힘들었겠네. 그 MJ있찮아. 니랑 학원 제일 먼저 등록한 친구."
"근데 걔도 자기 친구가 있으니 나랑 얘기하기 힘들어요."
투덜거리면서 현관문에 들어섰다.
"엄마 근데 오늘 왜 이리 늦어요? 어디 갔다 왔어요?"
"어 직장 동료들이랑 약속이 있었는데 금요일이라 말을 안 했네."
"엄마 배고파요."
그때 못 끓인 알탕을 누나가 팽이버섯과 두부를 듬뿍 넣어서 한 솥을 끓여 놨다.
"S 우선 이거 먹을래?"
"안 먹어요."
"참치와 상추 넣어서 비벼 줄까?"
"네. 엄마 매실도 한잔 타 주세요."
소파 끝에 앉아서 야무지게 먹고 있다.
토요일 쉬는 것은 1년이 지나도 물 건너갔다. 요새 아들 얼굴을 자세히 본 것도 오랜만이고 아침 출근 직전에 아들 얼굴이 보고 싶었다. 예전에는 살짝 문 열고 들어가면 자고 있어서 자세히 보거나 이마나 머리카락을 몰래 만져주고 나온다. 오늘도 으레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 갔다.
"엄마? 뭐예요?"
나는 너무 놀라서,
"아니 네가 잘 자나 해서..."
"노크도 안 하고요?"
평소에는 토요일은 늦잠 자면서 불러도 인기척도 없더니 일찍 일어나 있네. 참 난감하지만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간 것은 사과할 일이다. 급하게 미안하다 말하고 출근을 했다. 오늘은 1시까지 일하고 여드름 커버 파운데이션이 재고가 없어서 오늘 제품이 도착한다고 하니 마치고 찾으러 갈 것이다. 이틀간 몸이 아파서 아무것도 못하고 잤다. 이제 내 몸도 슬슬 맛이 가기 시작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