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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Dec 04. 2023

"자신만의호흡으로 오버페이스하지않고 달려 나가야 한다"

장유사와 양동산성 라이딩 후기




차로 자전거를 이동하지 않고 집에서 출발장소로 갈 수 있는 곳에 모임이 결정되었다. 나는 두 번째 집결지로 갔다. 9시까지 모이라고 했다. 가보니 2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우체국 앞에 있다가 내가 도착하니 해반천으로 내려왔다. 한참 있으니 윗 우체국 도로에서 누가 내려 보고 있었다. 대표리더가 거기서 뭐해요? 하면서 사복을 입고 웃으며 우리를 쳐다봤다. 부산에서 안 와도 될 분이다. 회사일이 많이 바쁘시다고 못 간다고 공리들에게도 미리 말씀하셨는데 책임을 다하기 위해 회사 가기 전 회원들 보러 오셨다. 조금 있으니 첫 번째 집결지에서 온 분들이 우르르 도착했다. 대표리더는 우리를 모두 데리고 근처 편의점에 갔다. 따뜻한 음료와 커피를 사주시면서 안전하게 잘 다녀오라고 당부한 뒤 회사로 출근하셨다. 리더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감동이었다.


오늘의 장소는 장유사 사찰에 갔다가 불모산 라이딩이다. 같이 가는 친구와 우리는 장유사 올라가다가 힘들면 밑에 폭포수 있는 물레방아에서 기다리며 수다를 떨자고 했다. 굳게 다짐한 뒤 우체국에서 장유사 입구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렸다. 저번 일이 있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친구와 나는 총 15명 중에서 3-4번째 순서에 배치가? 되어 달리고 있었다. 해반천은 나의 주무대다. 눈을 감고도 달릴 수 있다. 여전히 작은 연꽃 호수에서 여러 종류의 새들이 큰 소리로 꾸럭꾸럭~ 대고 있었다. 1시간 정도를 달려서 순식간에 물레방아가 있던 장유사 입구 폭포수 밑에 도착했다. 함께 달리니 딴생각을 할 겨를도 없다. 멀리 보면서 앞 꽁무니만 보면서 달린다.


물레방아 앞에서 단체 사진을 한 장 찍고 서너 명은 다른 곳으로 라이딩을 가고 우리는 장유사로 올라갔다. 응원차 오신 분이 올라가시다 빨간색 바닥 라인이 보이면 죽었다 생각하고 달리면 된다고 했다. 올라가는 도로는 포장도로이고 아주 좋았다. 아주 아주 아주 말이다... 외길이어서 차가 사찰에 까지 올라간다. 친구와 나는 중간대열에서 출발을 했으나 뒤쳐져서, 뒤서거니 앞서거니 하면서 달렸다. 낙엽이 많아 차가 다니니 친구는 갓길로 가다가 낙엽에 바퀴가 미끄러졌다. 안타까워 쳐다보면서도 비탈길에서 멈춰버리면 나는 출발을 못한다. 먼저 가고 있을게라고 말하고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아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바로 앞에 가는 팀원의 모습이 보이더니 점점 멀어지더니 드디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눈앞에 빨간 도로 바닥 표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뒤에 따라오던 빨간 바람막이 자켓 친구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나는 숨이 꼴깍 넘어갈 판이다.


드디어 모퉁이 도는 비탈길에서 악~(한탄 같은, 더 이상 루키 나는 못 달려...)하면서 내렸다. 그게 끝이었다. 모퉁이 도는 구석의 작은 임시 주차장에서 또 1-2분 올라타서 달리고 또 내리고... 그리고 극도의 업힐에서 나는 자전거를 끌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반 이상이 지나서 나는 오기가 생겨서 내려가지도 못했다. 그냥 고다. 앞과 뒤로 우리 팀은 아무도 보이지 않고 등산객들은  나를 응원하기도 하고 이상하게도 쳐다봤다.

(업힐 걸어가면서 찍어본 장유사 등산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좋다)

자전거를 끌고 가다가 등산객 한 분에게 장유사는 몇 고개를 더 돌아야 하는지 여쭤보았다. 한두 개 남았다 했다. 마지막 힘을 다해 끌고 올라갔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장유사에 올랐다. 입구부터 차가 즐비하였으나 마지막 평지에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갔다. 사람들이 멀리서 보고 J씨 올라온다고 소리쳤다. 팀원들은 불상도 보고 고즈넉한 산사를 즐긴 뒤 내려가려는 참이었다. 아직 실력이 모자라 끌바의 여신이 된 거 같았으나 산사의 풍경이 위로가 되었다.

(좌:장유사 불상/우:법당의 주지스님 경을 외는 소리만 들린다.)
(멀리 바라본 풍경, 초행길이라 보이는 곳이 어딘지 잘 모르겠다^^)

다 내려가고 난 뒤 자전거를 타고 다운힐을 달렸다. 너무 심한 꺾어진 경사에는 또 다운힐 끌바를 하였다. 한참 달리고 있는데 응급구조차가 3대나 올라왔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또 무서워 자전거를 세웠다. 그 차들은 거의 산사 꼭대기로 올라갔다. 등산객이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서서히 내리막을 타고 있을 때 우리 팀원 3명이 다시 업힐로 걱정이 되어 올라왔다. 응급차가 여러 대 올라가는 걸 보고 다운 힐에서 혹시 내가 일이 생겼나 싶어 걱정했다고 한다.



불모산 가려는 팀들은 장유사 업힐을 경험하고 또 못 올라가는 팀을 생각해서 점심이 너무 늦어질까 봐 포기했다. 그리고 12시 직전 코다리 찜을 먹으면서 코스를 변경하자고 했다. 나지막한 언덕을 넘는다고 했다. 이런 업힐도 끌바로 갔는데 싶어서, 나지막하다는 말에 홀려서 점심도 배가 볼록해질 만큼 먹고 따라나섰다. 좋았다. 냉정으로 가는 고가도로를 달릴 때까지. 드디어 임도 입구에 도착했다. 3분의 1도 안 되는 지점에서 도저히 무거운 배를 안고, 다리에 힘이 빠져서 업힐에 오를 수가 없었다. 다시 끌바를 했다. 친구는 뒤에서 따라오다 보이지 않았다. 친구에게 미안했지만 늘 내 뒤에 한 명이 있다는 것에 위안이 되었다. 그 친구는 저번주의 나처럼 꼴찌로 와서 울거나 속상해하지 않았다. 로드 자전거는 귀신같이 날아다닌다. 어디를 가나 산은 혼자 오르는 것이다. 아무도 도와줄 수도 없고 자신만의 호흡으로 오버페이스 하지 않고 달려 나가야 한다. 뒤에서 한 번도 쉬지 않고 기어조정하면서 가는 팀원의 뒷모습이 얼마나 부럽고 아름다운지. 나도 저렇게 될 수가 있을까.

(좌:점심에 먹은 코다리찜/우:양동산성 회원이 찍어 둔 사진을 사용했다.)

올라간 만큼 다운힐이 생겼다. 도저히 무서워서 2구간은 다운힐 끌바를 했다. 이번 라이딩에서 확실히 느꼈다. 내가 다운힐에 겁이 너무 많다는 것. 그리고 이것도 연습만이 답이라는 것을. 점점 자전거를 탈수록 겁이 많아진다. 양동 산성에서 내려오니 아름다운 호수가 있었다. 코스는 늘 많지만, 쉽지만은  않은 코스였다. 장유사와 양동산성을 넘었다. 전체 라이딩은 54킬로이며 최고 고도는 1100미터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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