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근무하면서 드는 생각을 정리하다.
괴물 영화를 보고 난 뒤 내 주위에 누가 괴물일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남보다 나 자신에게 침잠하는 기질이 있는 나는, 끊임없이 나를 돌아본다. 나의 괴물기질 중에 가장 큰 것은 다름 아닌, 한 번씩 너무 화가 나면 해선 안될 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도 마찬가지다. 무시무시한 악다구니가 튀어나온다. 내 속에서 괴물이 발악하며 나오는 순간인 거다. 그 내용은 다름 아닌 죽음과 관련된 것들이다. 다 죽이고 싶고.… 그리고 나도 죽고 싶다... 이런 식이다. 이런 감정이 오래가진 않지만 폭발할 정도로 열이 받으면 괴물이 된다. 남 탓을 할 필요가 없다. 내 속에 여러 마리 괴물이 있으니.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요즘은 혼자서 중얼거리기도 한다. 가장 피해를 받는 것은 아이들이다. 물론 내뱉는 소리가 다시 내 귀에 들려올 때 나는 괴롭다. 이미 주워 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아무도 없을 때 한 말이라 다행이다 싶지만, 사실 그런 말들은 이미 내뱉어지는 순간 나를 한번 베어 버린다. 그런 것 있지 않나. 책갈피든지 스쳐가는 칼에 살짝 베여서 붉은 선을 그리며 피가 스며 나오는 순간말이다. 소름이 끼치거나 무서워 잠시 멈춘다. 나를 탓해도 이미 모든 말들은 증발되어 버리거나, 집안 구석구석 숨어 들어가 있다. 내가 아끼는 자전거 기어 틈 사이로 아니면 회색 소파 리클라이너 전동 버튼 속으로 꽁꽁.
단순하게 살고 싶고 단순한 인간이 되고 싶은데 생각만은 단순해지지 않는다. 입에 달콤한 거 하나만 들어가면 히죽 웃거나 뇌 속에 하트가 터지듯이 아무 생각이 없어지기도 하나 책을 손에 들고 있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많아진다. 책을 안 읽으면 되지 않나. 많은 책을 읽어 내진 않지만 근처에 종이로 인쇄된 책이 없으면 불안하다. 한 문장을 읽어도 마음에 위로는 되나 생각은 또 가지치기를 한다. 뇌 안에 시냅스가 터지면서 불꽃을 내며 연결되어 가듯이.
요즘 이런 생각을 해본다. 기질적으로 나는 가라앉아있다. 내 아이들에게도 반은 물려줬을 거다. 그리고 나도 어머니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겠지. 엄마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으나 아버지 기질이 내게 많이 있음을 나이가 들수록 느낀다. 그렇게 싫어한 아버지의 성격을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닮았다는 것을. 좋은 부분보다 나쁜 부분을. 그렇다는 거지. 뭐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 나를 관찰하고 알아낸 것도 대견하다는 생각. 그래서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 그런... 이런 생각을 요즘 한다는 거다. 그래서… 괴물이 되기도 하고 그 괴물을 달래어 주면 한없이 순한...
(나를 나타낼 동물하나 찾기가 이렇게 어렵나... 멈추고 있는데도 찾지 못한다. 괴물을 달래어 내가 어떤 동물이 되어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본다... 이 글을 마무리할 때까지 생각하련다...)
아들과 어제저녁 밥상에서 한 이야기로 글을 마칠까 한다.
"혹시 S야. 공부하다가 집중을 해도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니? 엄마는 얼마 전 자전거 타면서 내가 잘 탄다고 생각했는데 평지서 꼴찌를 하고, 그것도 영영 선두를 찾지도 못하면서... 네 생각이 많이 났어. 네가 공부하면서 이런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닌지..."
"집중이 잘 안 될 때가 있어요. 갑자기 수업 중에 [오늘은 어느 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집을 갈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유를 모르겠지만 생각을 멈추려고 해도 잘 안되고, 저도 왜 그런 생각이 나는지 잘 모르겠어요."
(덧붙임글)
과연 당신을 나타낼 동물은 무엇인가요? 엉뚱한 질문을 하면서 나갑니다. 끝내 못찾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