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물속에서 노는 이야기
새해부터 한 달간 목욕을 끊었다. 참으로 잘한 것 같다. 원래 물을 좋아하는 데다 물속에 있는 동안 긴장을 풀어준다. 자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는데 이젠 온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시간이 행복하다. 시끄러운 입주민의 대화도 이젠 적응이 되었다. 가끔 천장을 뚫고 소리가 튀어 나갈 것 같다. 물속에서 하는 루틴도 생겼다. 온탕의 39도에서 41도 사이와 거의 20.2도의 냉탕을 번갈아 간다. 온탕이 조금만 올라도 내 몸은 예민하다. 나는 38-39도 사이가 적당한 거 같다. 나이 드신 어머님들이 40도 밑으로 내려가면 관리를 안 한다고 한소리 한다고 큰소리치신다. 나는 40도가 올라가면 뜨거워서 가슴이 답답하다.
냉탕에 사람들이 없으면 두 팔을 뻗고 얼굴을 물속에 담근 채 두어 번 앞으로 밀어 본다. 그리고 헤엄을 친다. 좁지만 뜨거운 물에서 냉탕으로 옮기면 엄청 시원하다. 처음 몸을 담글 때는 차갑지만 20도는 몸을 담그고 있으면 금방 차가움을 느낄 수가 없다. 간혹 어머님들이 쳐다본다. 두 다리를 움켜잡고 웅크린 자세로 통통 물속의 탄력으로 튀어본다. 물속에 귀가 잠기면 멀리서 들려오는 배관속의 물이 흐르는 소리도 느껴지는 듯. 파아~쎄릉~하면서 조용히 소리를 들어본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간 세상소리가 닫힌다. 물속 의자에 앉아 다리를 물속에서 아래위로 움직여 본다. 빠르게 느리게를 반복한다. 50번 빠르게 하면 운동이 된다.
온탕에선 제일 가장자리가 내 자리다. 나는 물속 대리석이 입혀진 앉는 자리에 손을 대고 팔을 뻗고, 엎드려 다리도 뻗어본다. 가장자리만이 발끝이 닿는다. 때론 탕이 좁은 것이 안정감이 들고 내 자리에 들어앉은 것 같다. 그리고 얼굴을 물에 담근다. 코로 물방울을 불면서 그 소리를 들으며 즐긴다. 숨을 참는 대신 코로 숨 쉬는 물방울이 뽀록거리는 소리를 낼 때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여러 번 반복하면서 즐긴다. 사람이 많이 없으면 무릎과 다리 운동을 위해 얕은 물이지만 걸어 본다. 움직일 때마다 물결이 허벅지 옆으로 몰리면서 걷는 느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