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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an 24. 2024

"동해선 타고 자전거로 울산 대왕암에 가다"

지난 일요일 흐린 날 라이딩 이야기



아직도 귓전에 울산 대왕암바위 가는 현대 아산로의 많은 공장에서의 알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일요일 아침 7시 12분에 집을 나섰다. 고속도로 진입 을 위해 신호대기하는 동안 하늘빛이 예뻐서 한 장의 사진을 남겼다. 기장군의 좌천역 공영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동해선을 갈아타고 울산 태화강역에 내렸다. 자전거바퀴 바람이 조금 없어서 바람을 넣고 출발했다. 오늘의 코스는 현대 아산로-울산 대왕암(흔들 다리)-십리대밭으로 약 50킬로 조금 안 되는 거리다. 태화강역에서 일렬로 출발을 했는데 평지로만 연결된 코스였다. 길포장이 일어나, 달릴 때마다 울퉁불퉁한 느낌을 받았다. 현대 아산로라는 것을 늦게 알았는데 많은 공장들이 길가로 바닷가를 향해 늘어서 있었다. 정시 알림인지 달릴 때마다 각기 다른 공장에서 알람인 듯 음악소리가 종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그 넓은 출입문을 보아 뉴스에서 보던 일꾼들이 통과하겠다 싶었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익숙지 않아 다른 곳을 쳐다볼 여유는 없었다.

(좌:고속도로 진입전 이른아침 하늘/동해선 좌천역 주차장)
(좌:동해선안 자전거들/우:동해선 지하철안 아침 8시 반 전후 풍경)

전날 저녁까지 비가 왔기에 유일한 나의 즐거움인 라이딩을 못 갈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리고 바닷가로 간다고 해서 부산 아난티길이 생각이 나면서 나도 모르게 기대를 많이 하게 된 거 같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정말 심심하고 재미없는 라이딩이었으며 다만 파도와 수평선 그리고 매서운 찬 바람이 가슴을 뻥 뚫어 준 것은 맞다. 그리고 사람... 어디나 사람들로 인한 스트레스를 나는 받는 거 같다. 너무 외향적인 사람들의 말투나, 서로를 잘 알지도 못하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의 만남인데 상대방을 잘 아는 척... 친한 척... 배려 없는 태도는 실망을 안겨주었다. 점점 나는 사람들의 만남을 피하게 되는 것 같다.


이번 라이딩의 특징은 업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대왕암 근처에 도착해서 편의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어떤 친구는 일제 초콜릿을 꺼내기도 하고, 어떤 분은 어묵가게에서 인원대로 어묵을 사주셨다. 빈손인 나는 부끄러웠다. 작은 가방을 하나 사야겠다. 다른 사람을 위해 방울토마토나 스낵바를 준비해야겠다. 전날 저녁에 어묵탕을 끓여 나무젓가락에 꽂아 한솥을 먹었는데 야외에서 먹는 어묵은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맛이 있었다. 추운 겨울바람을 맞고 뜨끈한 국물까지 마시니 든든해졌다.

(좌:대왕암 가기전 어묵먹은 장소는 오른쪽 끝/용형상의 조형물이 있다)


그리고 솔밭길을 잠시 타고 가니 흔들 다리가 나왔다. 전혀 흔들리지 않게 생긴 철제 다리였으나 바람이 너무 불어서 중앙 근처를 통과하자 흔들렸으며, 아래로 바닷물이 선명히 보이기 시작하자 나는 시선을 거두고 앞만 보고 걸었다. 무서워서 밑을 보면 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바람이 불고 추웠으나 많은 관광객이 우리 뒤를 이어 다리를 건넜다. 이후 다시 자전거를 타고 계단길은 끌바를 하여 대왕암에 도착했다. 대왕암 바로 앞에는 가지 못하게 펜스가 쳐져 있었다. 많은 사람의 이동으로 훼손된 것 같았다. 역시 많은 인파들이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때론 멈춰 서서 혼자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일행이 있으니 우린 서둘러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핸드폰으로 확대해서 파도를 보니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이 깨끗했고 멀리 보이는 수평선을 타고 오는 너울이 알 수 없는 설렘을 일으켰다.

(좌:출렁다리밑에 바닷물이 보이면 무섭기시작/우:멀리 소나무 사이 파도 확대해서 찍어봄)
(좌:대왕암 일대 풍경/우:멀리 수평선을 찍어봄)

점심을 간단히 먹고 우리는 다시 해변길을 통해 태화강역 근처로 왔다가 십리 대밭으로 향했다. 산책하는 울산시민들이 많았으며 태화강변의 바람은 춥지도 않고 적절한 온도로 뺨에와 부딪혔다. 대밭으로 가니 이 근처의 까마귀 집이라고 얘기했다. 까마귀가 쉬는 곳이라 뉴스에도 나왔다는데 규모가 어마했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씨앗들이 아직 땅속에 숨어 자고 있어, 봄이나 여름에 오면 볼거리가 넘쳐나겠다. 돌아오는 길은 베테랑 선배의 기어체인지 수업이 있었다. 나 혼자만.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달리면서 듣는 명강의였다. 산으로 가면 숨이 차거나 힘들어서 잘 들리지 않는 수업이다.

(좌:현대 아산로 바닷길로 본 수평선과 너울/우:곳곳에 사진 스폿이 많았다. 날이 흐려서 좀 아쉬움)

오랜만에 라이딩에 나온 친한 동생은 예전의 나처럼 꼴찌로 오면서도 싱글벙글 그리고 울상을 지었다. 워낙 성격이 좋아서 표를 덜 내었으나, 십리 대밭 화장실에 멈춰 섰을 때 너무 힘들다면서 울려고 했다. 여기 팀원들은 베테랑 집합소인데 오죽하겠나. 한 달 이상이나 쉬었으니 모든 것이 초기상태의 리셋이 일어난 것이다. 따라다닌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나는 너무 심심한 운동 안 되는 라이딩이라면서 한마디 했다가...(다음 일요일 코스가 산이 3개에 걸쳐서 잡힌 걸보고 기염을 토했다는.) 다음 일요일 라이딩이 걱정된다.

(십리 대밭길, 생각보다 엄청 크다, 바로옆에 태화강 국가정원이 연결되어 있다)

이번 울산 대왕암 라이딩은 한마디로 관광코스 라이딩이었다. 산을 오를 때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며 혼자서 이겨나가는 것이라면 이번 코스는 빨리 먼저 가고 싶어도 달릴 수도 없는 일렬로 늘어선 단체 라이딩이었다. 가끔 뒤에서 따라가다가 한 명씩 제치고 바깥라인으로 추월하기는 해도 실력자들 앞에서 그것도 맘대로 안 되는 그런 라이딩이었다.

(좌:직접 찍어본 동해선 노선도/우:대왕암 안내도)
(십리대숲과 태화강 국가정원 안내판/모두 직접 찍어보았어요^^)






(덧붙이는 글)

인터넷에 들어가면 더 멋진 사진과 관광안내가 많은데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직접 라이딩하면서 찍은 사진과 느낌을 간단히 올렸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늘 즐겁고 외롭지 않고 자신의 존재 자체에 아름다움을 찾으시는 그런 하루들 이어가시면 좋겠어요. 진심으로. 저처럼 실패하시지 말고^^

날이 많이 춥습니다. 자신을 가장 많이 위로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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