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르륵 콰탕탕..."

제 3화 집에 대한 단상-나의 영혼이 서려있는 마당 있는 집 1092번지

by 윤슬


다듬잇돌 위에 어린 누이 조그만 등을 깔고 누웠네.

십리 길 못 미친 [송정]에 있던 안의사 모셔왔네.


배꼽에서 빨갛게 피가 나고.

등 너머로 누이 배꼽 빠지는지 조마조마.

이윽고 아까징끼로 덮어 버린

대청마루 다듬잇돌 위에서의 여린 내 누이의 배꼽.


그 날이후 동생의 배꼽은 꼬옥 숨어 버렸네.


그 배꼽이 보고 싶어 물끄러미 고개 들어

고사리손으로 더듬어 보는 그 언저리의 작은 구멍.






"우 르륵 콰탕탕... "


갑자기 아랫채 마루에 있던 장독이 흙마당으로 굴렀다.


동생이 장독 안에 들어가 몸을 굴린 것이다.


내 눈을 의심했다.


당시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아 일부 기억을 지웠나 보다.


동생이 내게 심하게 욕을 듣고 장독 안에 들어간 것이다.



"너 왜 그랬어?"


"그냥 콱 죽을려고 그랬다."



다음부터 동생을 덜 건드렸다. 오씨네 딸과 놀러 다니고 해도 가만히 뒀고


조금 늦게 들어와도 내가 조금 더 집안일을 했다.






여름이 되면 대청마루에는 희면서도,


약간 누런 무명천으로 가림막을 쳐두었다.


서향이었던 우리 집은 볕이 늦게까지 깊숙이 들어와 비추었다.


대청마루에 앉아 누가 엄마가 되는지 아빠가 되는지.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소꿉 물건을 가르기도 하고.


인형종이를 가위로 잘라서 옷을 입혀 가면서 놀기도 하고.


마루의 하얀 천은 그렇게 서까래 밑 기둥에 묶여


놀이터가 되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동생과 나는 마루에서 자고 싶었다.


"응가 우리 오늘 마루에서 잘까?"


작은 담요를 꺼내서 나오는 나의 어린 누이.


안방과 작은방 사이 ㄴ자로 꺾어진 대청마루 구석진 곳에 누워.


북두칠성을 찾기도 했다.


비 오는 낮이면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텅… "

“텅… "


은백색의 양은 동이에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오랫동안 아무 말없이 앉아 있곤 했다.






집안에서만 가만히 놀다 지친 어느 날.


우리는 아주 멀리 원정을 갔지.


그날은 G와 H 그리고 나.


당시 [삼봉]이라고 해서 논길을 지나 둑길너머 강가로 나간 것이다.


우리는 초록빛 수풀이 무성한 곳을 찾아서 물놀이를 했다.


그때 갑자기 물 소용돌이가 치면서 몸이 물귀신에게 잡혀가듯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S야"


목놓아 부르던 친구들의 목소리가 아득히 들려왔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