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꽃잎 품은 무궁화야"

제1화 집에 대한 단상-나의 영혼이 서려있는 마당 있는 집 1092번지

by 윤슬


다섯 꽃잎 품은 무궁화야.

천리향 너는 길을 잃어 보이지 않는구나.

낮게 깔린 채송화야 조용히 불러다오.


버선발로 달려오신 그분은 오데가고.

소리 없이 너만 홀로 남아 우느냐.

우리 할매 가실 길을 꽃잎으로 즈려 다오.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에 대문대신 무궁화나무가 서 있다.

무궁화나무 옆에 작은 남새밭이 있다.

조롱박 모양으로 길게 늘어선 마당이 아담하게 피어 선다.

아랫채도 방이 두 개나 있다.

할머니는 여기는 옛날에 머슴이 살았다고 한다.

부엌과 작은 마루가 딸려 있다.

그 옆으로는 헛간이 있고 통시가 있다.

헛간옆에 나무(땔감)해서 나르던 공간이 제법 널찍히 있다.



안채는 방이 3개다.

디딤돌을 올라서면 대청마루가 있다.

바로 안방, 작은 방, 정지방이 있다.

안방은 주로 잠을 자던 곳이며 작은방은 명절이나 손님이 오면 주무신다.

정지(부엌)방은 쌀뒤주가 늘 있고, 뽕나무잎을 먹는 누에고치도 가끔 누워있다.


정지방과 안방을 사이에 두고 부엌이 있다.

아궁이는 2개다.

부엌을 나오면 시멘트로 된 물통이 있고 오른편으로 장독대가 있다.

장독대를 드리우던 감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다.

감나무 곁에는 맷돌과 절구가 있었다.

우물도 같이.



"귀 파줄게 여기 누워"


(우물가 돌무더기에 앉아 따뜻한 볕을 쬐며 나른하게 들릴 듯 말듯이 나눈 대화 같다. 마치 안개 낀 꿈 속처럼.

이 한마디가 엄마에게 들은 소리의 기억이 다다. 너무 아파서 귀 파기를 싫어했던 거 같다.)


대청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서산 해넘이를 바라본다.




5월 하순무렵이었나. 아니면 6월 초순을 지났을까.


나무로 만든 바구니에 어린 고구마순을 가득 들고 어붕골 밭에 고구마 순을 심으러 갔다.

이미 밭고랑은 두둑이 올려져 있다.


우리는 호미를 들고 가지고 온 고구마 순을 하나씩 꽂듯이 가지런히 심는다.

이렇게 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구마를 수확하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갑작스레 산등성이를 타고 밭으로 누군가가 쫓아왔다.


"오빠가 이상해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