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집에 대한 단상-내 영혼에 흠집을 낸 자취방-비봉산의 메아리들 1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그놈을 따라
수건을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비봉산 기슭으로 제 발로 끌려 올라갔습니다.
( 비워 둡니다... )
그리고 새벽이 되어 자취방으로
혼자 걸어 내려왔습니다.
-제 매거진 [추억소환 그들의 이야기] 제4화 범죄자 편에 근거해서 발췌함-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내 가슴엔 이렇게 커다란 바위를 얹어 놓은 듯한데
그놈은 어딘가에서 아직도 잘 살고 있을까. 아무런 벌도 받지 않은 채 살고 있을까.
꼭 하고 싶었던 집에 대한 단상 2편인 자취방 얘기를 하자니 다시 한번 섬뜩하고
서늘해진다.)
다시 보고 싶은 G대학 회계학과에 들어간 YS언니. 늘 내 성이 있는 줄 모르고 이름의 가운데 글자가 성인줄 알고 [SH야]라고 불러 주었던 커트 머리에 하동이 집이었던 언니. 한 번씩 생각이 난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다시 만날 날이 있을 줄 알았지만 지금까지 단 하나의 소식도 모른 채 살아간다. 그리고 그 무뎌진 기억 속에 아무 일없이 살아간다. 잠시동안의 인연이었지만 강렬한 기억을 남기고 그렇게 무의식과 의식의 세계 저편에서 오르락내리락한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눈빛. 주인집 아들이 며칠간 사라졌었던 의문의 사건이 있은 후부터 바깥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약간의 네모난 얼굴의 두 성(부모성모두)을 가진 주인집 MS할머니. 그리고 며느리와 두 명의 아들 손자. 손자들의 막내삼촌(이젠 기억마저 가물거린다.)이 늘 통기타를 들고 옥상에 올라가서 기타 줄을 튕겼었지.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은 주인집 아들이야기.
같은 자취방에 유일한 남자 자취생은 사천시 G면에서 온 J남고 학생이었다. 할머니가 손자 밥을 해주고 있었는데 한 번은 그 한 살 많은 K가 내 방에 들어왔다. 갑자기 나에게.
"너 천장을 보고 누워서 엉덩이에 손을 받치고 다리로 자전거 타기 해볼래?"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해보았다.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보았을까.
또 다른 할머니와 자취방에 살았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언니. 얼굴이 하얗고 뽀얬던 것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같은 학교 여고생이어서 파란 천가방으로 얽혀 있었어. 유독 길고 흰 손가락으로 신발가방처럼 끼워 나가던 그 언니가 가끔 생각이 난다.
학교에 갔다 오면 연탄불이 꺼져 있던 날이 있었다. 추운 겨울에는 정말 힘들었었다. 한 달 용돈을 받으면 초코파이 1박스와 번개탄 10개짜리 묶음도 함께 샀던 것 같다. 번개탄을 피울 때의 그 매캐함. 스멀스멀 올라오는 토할 것 같은 그을림 섞인 연기가 여전히 내 기억에 남아 지난 기억을 부채질한다.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은 주인집 아들 이야기. 다음 편은 여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