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머리에 물린 듯, 움직이는 그 흡반에 빨려들어”

제4화 집에 대한 단상-내 영혼에 흠집을 낸 자취방-비봉산의 메아리들4

by 윤슬





"YI야 무서워."


"응 뭐가?"


"내 방 창호지로 된 문에 구멍이 뚫려 있어."


"아 그거. 주인 할아버지가 방 안을 들여다 본다고 구멍 뚫어 놓은 거야. 괜챦아."


친구에게 확인을 했지만 앞전 자취방에서 겪은 일로 인해 나는 신경이 날카로워 있었다.

누군가 그 구멍으로 쳐다본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YI는 별일 없으니 안심하라고 거듭 말했지만 나는 다음날 그 구멍을 종이로 메꾸었다.

그러고는 아무 일 없이 지냈다. 무서웠지만 친한 친구가 곁에 있으니 두려움이 반으로 줄어 들었다.



이 곳은 독립된 부엌이 있어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직접 해먹어도 된다.

재래시장에 나가 잔파를 한단 사가지고 왔다.

파김치를 제대로 담궈본 적이 없는 나는 간을 하는 것을 잊고 고춧가루와 대강의 양념을 버무려 부엌구석에 재워 놓았다. 시간이 흘러도 파김치는 시들지 않았다.


"S야 잔파가 다시 밭으로 가려고 하네.

우리 엄마가 해주신 김치로 같이 밥먹자."


YI는 집에서 갖고 온 묵은 김치를 쫘악 찢어서 금방 갓 지은 쌀밥위에 올려 주었다. 시큼한 김치의 맛이 입맛을 돋구워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웃고 조잘거렸다.




J시에 내려가면 나는 언제나 J시장에 들른다. 이 시장에서의 잡채와 순대 맛을 절대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J 분식 집에 자주 갔었다. 평상처럼 마루로 된 앉을 자리와 ㄷ자로 넓게 퍼진 테이블에 투명비닐에 덮혀 싸여 피맛을 보여주는 순대가 특히 일품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내려 갔을때 이곳에서 얼마나 장사를 하셨는지 여쭤 보았다. 40년도 훌쩍 넘었다고 하셨다. 본인 집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집들이 다 그렇다는 것이다. 여전히 건사하고 계신 걸 보면 그 때의 그 터무니 없던 얘기들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 창호지 사이로 구멍이 뚫렸다. 나는 또 다시 공포와 감시라는 거머리에 물린 듯, 움직이는 그 흡반에 빨려들어, 나의 자아가 그 생물체가 분비한 물질에 서서히 마취되어가자, 해체되고 있는 정신을 붙잡으려 지난 일들에 기억상실을 불러오길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