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정아.
정아를 가지고 숙이는 10달 동안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신혼 생활 없이 정아가 배에 들어섰고, 몸이 급격히 나빠졌다. 처녀시절에는 없었던 천식으로 숨이 차고, 입덧을 10달 내내 했다. 만삭이 되고도 몸무게가 50kg 안팎이었다. 입덧으로 입원을 해서 수액으로 시간을 보내고 천식으로 입원을 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10달은 지옥 같았다. 어느 날은 의사가 숨이 이렇게 차고 힘들면 다른 산모들은 아기를 포기한다고 말도 하는데, 대단하다고 했다고 한다. 숙이는 정아만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아가 태어날 예정일 한 달 전, 집에 전화 한 통이 왔다. 남편이 크게 차사고가 나서 지금 병원이라고. 숙이는 아무것도 못 챙기고 병원으로 갔다. 남편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돼서 병실 침대에 누워있었고, 얼굴은 다 찢어져서 엉망이었다고 한다. 남편이 몰던 트럭이 전복되어 동네에서는 남편이 죽었다고 까지 소문이 났다고 한다. 남편을 간호하기 위하여 숙이는 만삭의 몸으로 몇 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기도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남편이 몰던 트럭은 폐차를 시켰다. 남편은 의식을 찾고 그 장면을 이야기해줬다. 반대쪽에서 오던 차를 피하다가 트럭은 차선 밖에서 구르기 시작했다. 정신이 희미해지는 순간 차문을 열고 몸부터 나왔고, 곧 차에 불이 붙었다고 한다. 숙이 남편은 특전사 1기 출신이었다. 숙이는 남편 간호를 하고 정아를 낳았다. 정아는 3.2kg의 반짝반짝 빛나는 피부에 아주 건강했다. 의사는 ‘아기가 탯줄을 잘 잡아서 아주 건강합니다’라고 했다. 숙이에게 누군가가 ‘정아랑 아빠랑 인연이 있어서 아빠가 그렇게 큰 사고를 났는데도. 살았다’라고 했다고 한다. 정아가 커서 예전의 이야기를 해주는데 숙이도 들었던 이야기를 해주며 아버지와 딸의 인연을 특별하게 해 주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남편과 정아를 살린 건 숙이었다. 숙이의 노력은 이때부터 보이지 않는 사랑이 되었나 보다. 숙이는 그렇게 살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