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집현전 학원.
정아가 다닌 중학생 시절에는 성적이 좋으면 타 지역 고등학교에 지원할 수 있었다.
정아는 시골에서 학교를 다녀서 그 동네 고등학교는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 중학생 1학년까지 공부가 싫었고, 스트레스만 받았다. 성적표를 숨겨서 어머니께 단소로 종아리 10대를 맞고, 피가 난적이 있었다. 어머니의 체벌은 성인이 될 때까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부터 집현전이라는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학원 이름부터 포스가 있었다. 집현전 학원은 소수정예로 자리가 없으면 다닐 수도 없었다. 학원비는 그 당시 제일 비싼 곳이었다. 집현전에는 노처녀 여자 선생님께서 혼자서 전과목을 가르치셨다. 초등학생 몇 명 있었지만 중학생 위주로 운영되었고, 고등학생은 없었다. 즉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학원도 졸업이다. 학원에는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남중 애들도 있었다. 같은 학년은 12명 정도 되었다. 집현전에서는 한 달 전부터 시험기간을 준비했다. 시험기간에는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주요 과목은 각 600문제 이상은 풀었고, 예체능 과목도 300문제 이상은 풀었다. 틀리면 오답노트를 했고, 영어는 문장을 통째로 100번씩 썼다. 한자는 한 글자를 100번 썼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은 없다. 100번씩 다 써가지 않으면 더 혼났기 때문이다. 주입식 교육의 끝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잘하면 전혀 주입식 교육이 아니었다. 집현전 친구들은 공부를 잘하는 애, 못하는 애 골고루 있었지만 다들 열심히 했고 재미있었던 시절을 보냈다. 사춘기 시절을 함께 했기에 친구가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학업에 소홀히 하면, 남자, 여자 상관없이 친구들은 ‘정신 차려라.’, ‘요즘 왜 그렇게 어울려 다니는데, 잘못된 것 알잖아?’(경상도 억양입니다.) 등 타격감 있는 말로 서로를 잡아주곤 했다. 학원에서 주말 점심, 저녁 식사 메뉴 선정 게임부터 매달 짝지 바꾸기, 다 같이 쉬는 시간에 오락실 가서 놀다가 수업 시작 전에 달리기 하기, 밤샘 공부할 때 조는 친구 눈밑에 치약 바르기, 지각하면 간식 돌려야 해서 시간을 칼같이 서로 확인하기 등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많다. 정아의 집현전 멤버들은 모두 다 자기가 가고 싶었던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다. 그리고 노처녀 선생님은 50살이 넘어 아주 좋은 짝을 만나셔서 행복한 결혼 생활중이시다. 정아 집현전 친구들 모두 결혼식에 초대받아 참석했었고, 축하도 불렀다.
정아의 주변에는 이렇게 주입식 학원을 다닌 사람이 없다. 하지만 아마 정아는 이 학원이 아니었다면 반에서 15등 하다가 전교 15등이 되어 타 지역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아는 이 시기에 인내심도 많이 길렀다. 한자 한 글자 100번, 영어문자 100번을 쓸려고 하면 거의 도를 닦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이든 많이 본 사람을 못 이기고, 절대적으로 정아 스스로 노력파인걸 알게 되었다. 남보다 2배는 눈으로 더 보고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한번 배운 내용을 기억하고, 노력에 비해 성적이 좋은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정아는 스스로 그런 사람이 아닌 것은 인정하고 예초부터 공부 시간을 남보다 많이 잡아두었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가 싫었다. 왜 이런 것 까지 배워야 하는지 생각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배우는 학습은 지구에서의 삶을 맛보기로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과목이 많은 이유가 있었다. 예를 들어 건물을 지으려고 할 때 수학적 계산과 과학은 기본이고, 건물을 팔려고 할 때 사회 과목이 빠질 수 없고, 계약 과정에서 인간의 윤리가 빠질 수 없고, 미술시간에 배운 색채 감각 또한 빠질 수 없다. 한 명의 인간을 사회적 성인으로 살아가게 하기 위하여 그 많은 교과목과 교과목 단원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슬픈 것은 그 시기가 지나면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대학은 그 조화 속에서 나의 전문분야가 생기는 것일 뿐. 정아는 철학적으로 '인간은 죽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모르고 죽을까'라고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