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프사

증명 안 된 사람입니다

by 배유정


프사라는 말은 참 어중간합니다. Profile Picture가 아닌 Profile 사진입니다. 우리 집 1층 문이랑 비슷합니다. 삑삑삑삑 비밀번호를 누르면 ‘도어를 열었습니다’라고 합니다. ‘The door is open’도 아니고, ‘문이 열렸습니다’도 아닙니다. 하긴 프사를 ‘문이 열렸습니다’처럼 바꾸면 증명사진이 됩니다. 딱딱하기도 하고, 아무튼 좀 그렇습니다. 휴대폰이고 헬스장이고 다 자연스럽게 쓰니까 프사도 안될 것 없습니다.


카톡 프사로 자기 얼굴만, 증명사진만 쓸 수 있다면 친구 목록은 졸업앨범이 됐을 것입니다. 사진을 선택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물론 아무 사진이나 막 올리지는 않습니다. 무슨 사진이건, 나를 증명한다고 생각되는 것을 올립니다. 결국 자기 얼굴이든 아니든 증명사진인 것은 변함없는 셈입니다.


프사가 가지각색이니 나를 증명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입니다. 연인, 연예인, 강아지, 고양이, 풍경, 물건, 글, 그림, 정말 다양합니다. 하지만 중년, 혹은 중년을 향해 걷고 있는 사람들의 가장 흔한 프사는 아이들 사진입니다. 아이들이 나를 증명합니다.


갑자기 자신이 좀 초라해집니다. 나도 증명된 아빠이고 싶은데, 하면서 내 프사를 물끄러미 봅니다. 어느 카페에서 찍은 전등 사진입니다. 올릴 아이 사진이 없습니다. 저는 증명 안 된 사람입니다.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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