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일도 없고 할 일도 없고
서른 갓 넘어 결혼했으니 좀 빠른 편입니다. 십 년 넘게 애가 없었으니 좀 늦은 편입니다. 유부남 세계에 먼저 도착해놓고 무자식 세계에는 혼자 남았습니다. 원해서 일찍 출근했다고 야근까지 원해서 하진 않습니다. 수당도 안 나오는 잔업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한때 결혼식 많이 쫓아다니고, 그 후엔 돌잔치 많이 쫓아다녔습니다. 한창 결혼할 나이 다음은 한창 애 낳고 키우는 나이라 그렇습니다. 결혼식장 다닐 때까지만 해도 아기 생각이 그리 간절하지 않았습니다. 생각처럼은 잘 안되는구나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결혼식이 뜸해지고 돌잔치 쫓아다닐 때쯤엔 달라집니다. 분명 엊그제 결혼식장에서 본 사람들인데, 어느새 애 안고 서서 돈을 쥐네 붓을 쥐네 청진기를 쥐네 하고 있으니 몽롱하고 꿈같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돌잔치마저 뜸해집니다. 코로나 때문이 아닙니다. 다들 이미 학부모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잔치 갈 일이 없으니 잔치 할 일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잔치 갈 일도 없고 잔치 할 일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녁 메뉴가 하나같이 술안주로 보이나 봅니다. 아내와 둘이서 툭하면 잔치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