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대 가격비

비싸면 가까운 거 아니었나요

by 배유정

지방으로 이사하고 아내와 둘이 동물원에 놀러 갔습니다.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사람도 많지 않고 평온합니다. 서울을 벗어나면 누릴 수 있는 장점 중 하나입니다. 화려하거나 동물들이 아주 다양하지는 않아도 충분히 볼만 합니다. 산책 겸, 구경 겸 해서 뽈뽈뽈 돌아다닙니다. 입장료는 5천 원인데, 이 정도면 가성비 최고입니다.


입장료 하니까 3천 원 전후인 국립공원들 입장료가 떠오릅니다. 자연 속에 온갖 유물과 시간을 품고 있으면서 마음대로 편안하게 돌아다닐 수 있기까지 합니다. 동물원보다 가성비가 더 좋습니다.


반대로 입장료가 비싼 곳 하면 영화관이 떠오릅니다. 제한된 시간 동안 꼼짝없이 앉아서 광고까지 보다가 시간 되면 나와야 하는데, 만 원도 넘게 받습니다. 물론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흘렸을 많은 이들의 땀을 생각하면 이해할 만 합니다. 그래도 순수하게 이용자 입장에서는, 동물원이나 국립공원보다 가성비가 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곳들은 거리가 멀수록 쌉니다. 가까울수록 비쌉니다. 100km 떨어진 국립공원 3천 원, 10km 떨어진 동물원 5천 원, 1km 떨어진 영화관 만 원입니다. 그러니까 만 원보다 훨씬 많이 드는 것은 엄청나게 가까워야 합니다.


그동안 산부인과 들락거리면서 있는 재물 없는 재물 다 갖다 바쳤으니, 우리 자식은 아주 코 앞에 있어야 합니다. 눈에 보여야 합니다. 그런데 안 보입니다. 너무 가까워서 그런가, 하고 매직 아이를 해 봅니다. 안경을 벗어서 안경알을 쳐다봅니다. 깨끗합니다. 괜히 억울합니다.


논리학 시간에 졸았는지 어쨌든지 기억은 안 나지만 어쨌든 지금 좀 멍청해진 건 확실합니다. 가까울수록 비싼 거지 비싸다고 다 가까운 건 아니었습니다. 좋다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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