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주기가 2주에서 4주로 늘어나고,
약 구성이 바뀌고, 양이 바뀌더니
마침내 졸업을 했습니다
약 없이도 잘 살 것 같았습니다
한 달이나 지났을까
언제는 감정이 무뎌져서 문제더니
이제는 감정이 주체가 안됩니다
자꾸 화가 나고 나쁜 생각이 들어
결국 다시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그러고 또 일 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다시 약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평온하게 사는 것 같고
잘 웃고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됩니다
이번에 졸업해도 또 한 달만에
다시 입학해야 되는 건 아닐까
초등학교, 중학교 거쳤으니
다음엔 고등학교입니다
몇 학년까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봐서는 잘 지냅니다
기저귀 차고 쫑알쫑알
혀짤배기 소리 하고
이리 꿍 저리 꿍 하던 사촌동생이
내일 결혼을 합니다
기억 속 동생의 어린 모습이
갑자기 딸처럼 느껴져서 놀랍니다
친구들 만나면 모두 어릴 때로 돌아가는데
동생은 그렇지 않아서 놀랍니다
한참 안 봐서 서먹한 동생
드레스 입은 모습 보면 어떤 기분일까요
나도 내 딸 키워서 보낼 때쯤
총 한 자루 사려고 했는데
내일 보면 그냥 남의 일일까요
내 일 같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