契機 : 아이들의 실제 삶과 연관된 배움.
산불: 작은 불씨가 큰 화재로 변하였다. 그 작은 불씨가 오랫동안 가꾼 터전을 집어삼키고, 목숨을 앗아갔다.
하루만에 집을 잃어버린 그 심정을 어찌 말로 다 형용할 수 있을까.
산불 소식을 듣고 '계기교육을 할 때' 생각이 들어서 급하게 수업을 준비했다. 인디스쿨 사이트에 때마침 자료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그림책 활용 ppt를 다운받아 수업에 적용했다.
취지는 이러했다. 아이들이 타인의 고통에 슬퍼하고 공감할 줄 알며, 나눔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시작된 수업.
우선 영상을 시청했다. 산불 관련된 동화 <산불이 일어난 뒤엔> 그림책 PPT 로 수업을 열었다. 실은 그전에, 아침 시간에 산불 영상을 보여주었다. 학생들에게 ‘산불 뉴스를 보았느냐’ 라고 물었을 때, 아는 아이들도 모르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는 놀랐다. 산불로 뉴스가 도배가 된 마당에 당연히 모두 알고는 있을 거라 여겼던 것이었다. 교실에서 영상을 보고 처음 알게 된 아이들도 있었다.
아무리 어리다지만 세상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국가 재난 상황은 그러한 것이었다. 영상을 보여주었더니 아이들은 ‘무서워요.’ ‘보기 싫어요.’ 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무섭다고 외면하면 될까? 때로는 무서워도 직면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 있어. 산불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행히 아이들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라는 나의 질문에 ‘도와주고 싶다’는 대답을 했다. 그것이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온 대답인지, 형식적인 반응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산불이 났고, 그걸로 아파하는 누군가가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겠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아직 어리다보니 영상을 보여줘도 몇몇은 시큰둥했다. 심지어 영상을 제대로 보지 않는 금쪽이도 있었다. 그림책 관련 질문도 한두 명 아이들만 꾸준히 답했다. 그 이유는 ‘숲’의 좋은 점을 생각해보는 질문이었는데, 아직 숲에 가본 적 없는 아이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산불은, 숲은, 산은 추상적인 개념이었을 터였다. 하지만 소방관분들께 전달한 편지를 써보자, 는 말에 나름 열심히 무언가를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서툰 손짓으로 글을 썼다. 글을 못 쓰는 친구들은 그림을 그렸다. 못 그리면 선생님께 소방관 그림 출력을 요청해 오려서 붙여서라도 완성해내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글을 모르는 한 아이는 ‘니니니이’ 와 같은 알 수 없는 외계어를 썼을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완성을 해냈다. 편지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이는 색칠공부라도 하겠다며 소방관 색칠공부 도안을 가져갔다.
만약 내가 편지가 정말 소방대원분들께 전달된다고 하지 않았다면, 아이들이 이토록 열정을 보였을까. 또 산불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처럼 무언가를 하려고 했을까.
아이들이 타인의 고통에 같이 슬퍼할 줄 아는 어린이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비극을 보았을 때 외면하지 않고 도울 줄 아는 어린이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훌륭한 선생님들의 자료를 공유받으며 [카카오 댓글기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함께 애도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각 가정에서도 진행되도록 이를 하이클래스에 공지하여 학부모님들과 공유하였다.
이번 활동을 통해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되었다.
그런 어린이로 성장하길 바라며 가르치는 나는... 선생으로서 나는 타인의 고통에 같이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인가. 조금이라도 돕고자 노력하는 사람인가.
문득 뉴스만 보고 위로 댓글에 하트만 누르는 것으로 그친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적은 액수로나마 후원을 해보았다.
모두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의 단비를 내렸다.
모두가 부디 이 시기를 힘내어 다같이 잘 극복해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