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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존재의 충만한 위로

by Suno

2025년 새해의 첫날.

새해라는 감흥이 없어 조금 무료했던가.

안락한 집의 안락한 소파에 앉아 안락한 영화를 보고 있었지.


한낮의 해가 깊게 집 안으로 들어오던 오후.

메리도 심심했나?

인형을 물고 나를 찾아왔다.


메리를 품에 안았다.

구속받는 걸 싫어하는 메리는 목에 힘을 주어 싫다고 해보다가, 또 그냥 품에 안기다가

한번 더 싫다고 해보다가 옛다 하고 품에 폭 안겨주었다.


왜였는지 모르겠다.

그 순간 메리의 존재가 갑자기 어마하게 커지며 위로가 되었던 건.

내가 마음속으로 올해도 변함없이 건강해라 메리야, 라고 말을 했기 때문인지

메리가 마음속으로 엄마, 올해도 우리 행복하게 지내요,

라고 말을 했기 때문인지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목이 메었다.

나의 새해 첫날에 가장 뜨거운 순간이었다.


지나고 나면 다시 오지 않을 그리운 순간들이 점철되어 나의 생이 된다.

삶은 그런 순간들을 만들고 만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투명한 햇살 아래 작은 체구의 빛나는 털을 가진 존재가 나른히 나를 바라보았다.

- 메리, 졸지 말고 자도 돼.

내 말은 들은 채도 안 하고 눈을 꿈뻑이며 메리가 졸고 있다.

메리가 졸면 세상은 안온해진다.

걱정 마요, 엄마.

아무 걱정할 일 없을 거예요.

공기 중에 그 메아리가 가득해진다.


고마워, 메리야.

올해도 우리 메리에게 엄마가 또 빚을 지네.

엄마를 위로하네.

엄마를 충만하게 해 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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