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예상수령액을 확인해 보라는 친절한 안내문을 받았다. 퇴직이라는 단어가 이제 멀게 느껴지지 않는 나이. 사이트에 접속하여 내 연금예상액을 조회해 보았다. 예상보다 기대에 못 미치는 금액이 조회됐다.
거기엔 그동안 내가 불입했던 국민연금의 모든 내역이 한눈에 보였다. 내가 잠시라도 월급을 받았던 모든 곳의 기록이 거기 있었다. 오... 기분이 묘하네.
30여 년간 내가 노동했던 모든 기관과 급여의 내역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주르륵 한눈에 펼쳐졌다. 내 눈에 보이는 건 급여의 기록이지만 내게 오버랩되는 건 나의 인생이더라.
맞아, 내 첫 직장은 저기였지. 그때 내가 받았던 돈이 저만큼이었구나.
저 돈을 받고도 적금을 들고 용돈을 썼어. 신기하다.
그렇지, 내가 결혼하고 처음 일하러 나간 곳이 저기였어. 그땐 참 고민도 많고 울컥하는 순간도 많았지. 주마등이란 게 이런 것일까? 시네마가 펼쳐지듯 흘러가는 순간들.
IMF전까지 이어지던 국민연금이 공백기가 생기고, 결혼 후 육아기에 나간 첫 직장은 저기였고, 그때 내 인생에 처음 굴곡이 생겼지. 그때 느낀 모욕감과 서러움도 생각나고... 그러고 보니 국민연금 그래프는 내 인생을 펼쳐 보여주네.
생계형 노동이었지만 직장에서 찾은 것들도 있다. 나를 인정해 준 상사들 덕에 자존감을 찾았고 잘 맞는 동료들이 있는 행운을 만나면 삶이 즐거웠다. 울퉁불퉁 모난 내가 조금씩 깎여진 것도 월급 주는 직장을 버티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곳이 있는 게 행복이라는 것도 아는 나이가 되었고, 어느 때엔 내 집에서 보다 직장이 맘이 더 편한 시기도 지나왔다. 퇴직하는 날까지, 내 몫의 업무를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해내고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이 내 남은 목표다.
나의 국민연금 그래프가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나는 내 몫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그래프에 담기는 내 시간을 돌이켜봤을 때 그리워지도록 예쁘게 잘 담아내고 싶다.
가을색이 아침마다 다르게 곱게 물들고 있다. 부디 가을로 접어드는 내 인생의 색깔도 그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