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차게 감동한 순간이 삶을 이끈다

by Suno

살면서 가장 뜨거웠던 순간은 언제일까?

감격했으며 뭉클했고, 행복하고 북받치는 순간.

그 순간은 너무 뜨거워서 그게 행복인지 슬픔인지 분간이 안되던 때가 있었는가?


개인마다 상황은 매우 다르겠지만,

모두에게 그런 순간이 한 번쯤은 꼭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특별한 순간을 만나기 위해 숱한 평범한 날들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평범하고 무탈한 하루들이 가장 소중하다고 요즘의 우리는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특별하지 않아도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가장 큰 감사를 가지는 것.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모든 매일을 똑같은 반복처럼 무탈하게만 보내기엔 분명 아쉬움이 있다.


살면서 우리는 분명 넘어지는 때가 온다.

어떤 커다란 돌부리에 걸려 완벽히 넘어졌을 때.

주저앉아 다시 일어설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막막한 순간에,

감동하고 뜨거웠던 특별한 순간의 기억이 마법처럼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기도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나에게 가장 뜨거운 순간을 떠올릴 때면 첫 번째로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둘째가 태어나고 만 돌이 될 때쯤, 결혼 후 첫 직장을 갖게 되었다.

우리 아기 아직 기저귀도 못 뗐는데...

아침마다 미안한 마음을 어린이집 가방에 꾹꾹 눌러 담아 아이를 등원시켰다.

아이가 열이 나거나 보채는 날에는 돌덩이처럼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했고,

그저 무사하게 잘 지내다 오기를,

재미있게 친구들과 잘 놀고 저녁에 반갑게 만나길 바라고 보낸 어린이집 생활.

그런 어린이집에서 연말이 되니 재롱잔치를 연다고 초대장을 받았다.

겨우 걸음마 떼고 간 내 딸이 재롱잔치 무대에 선다니!


알록달록 무대막 앞에서 무대의상을 여러 번 갈아입으며

자그마한 내 딸이 조명 아래 춤을 추고 있었다.

작은 얼굴에 고운 화장을 옅게 하고 입을 쫑긋 모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딸은 시종일관 눈으로 객석에 있는 엄마를 찾아 헤매면서도 동작과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 엄마 여깄어. 엄마 여기~!!

소리 없는 소리를 내지르며 손을 흔드는 나의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었고

무언가 꽉 찬 듯 목이 메고 숨이 안 쉬어지듯 가슴이 아팠다.

분명 얼굴은 웃고 있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생경한 기분이었다.

행복한데 눈물이 흐르고, 기쁘면서 슬펐다.

아이를 떼놓았던 미안한 마음에, 저렇게 대견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 있는 딸을 보는 건 정말이지 예상치 못한 뜨거운 감동이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그 순간이 두고두고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 알게 되었다.

그 순간이 내가 작은 아이의 엄마로서 만난 뜨거운 감격의 순간이라는 걸.

훗날에 그 작은 딸이 자라서 격동의 사춘기를 보낼 때에,

그날의 뜨거운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

내가 부모 되기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데에 큰 힘이 되었다는 것도.


살면서 그런 감격의 순간을 갖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내게 찾아온 뜨거운 감격의 순간을 떠올리는 것은

삶이 삐그덕거릴 때마다 스스로를 치유하는 데 사용되었다.

삶이 준 축복이 아닐수 없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치유의 약이 될 순간을 누구나 때때로 만나길 바란다.

뜨겁게 기쁘고 목이 메도록 감격하는 어떤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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