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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1 : 빛의 그물

by Suno

12월이야.

내가 사는 도시엔 흩날리는 첫눈도 이미 내렸지.

그런데 남쪽의 섬, 남해는 낮기온이 10도를 훌쩍 넘는대.

걷기엔 딱 알맞은 날씨라는 생각이 들었어.

훌쩍 떠나보기엔 멀지만, 자꾸만 욕심이 나는 곳.

걷기 여행으로 남해를 찾아갔어.


남해는 원래 섬이었던 곳이 연육교로 이어지면서

남해를 처음 찾은 사람들에게 특유의 잔잔한 바다를 내어주며 사랑받는 곳이 되었어.

이런 바다가 있구나... 남해 바다를 보면 처음 드는 생각이야.


호두 알갱이를 연상시키는 남해의 섬 한 바퀴를 둘러서

20여 개의 걷는 구간, 총 263km의 걷기 좋은 길이 '남해 바래길'이라는 어플에 나와있어.

남해바래길 어플 홈


그중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했던 길, 남해바래길 10번.

앵강다숲길이 우리가 걷기로 선택 첫 번째 길이야.

앵강다숲길은 그 유명한 다랭이마을로 이어지는 길이기도 해.


아침의 기온은 8도.

햇빛도 바람도 마치 봄날 같아. 유난히 맑은 날이야.


우린 홍현마을을 시작점으로 잡았어. 마을에 닿은 바닷길이 보여.

출렁이는 윤슬이 반짝반짝 이리로 내려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어.


마을길 옆으로 바다가 이어져있어.

매우 얕고 맑은 바다지.

그 바다 전체를 덮고 반짝이는 빛의 그물을 보았어.

물결이야.

물결의 표면을 따라 얕은 바닥으로 빛이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어.

물결이 빛을 만나 일렁이는 모습을 나는 처음 보았어.

먼바다의 어딘가, 스노클링을 즐기는 외국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영상에서나 보았을까?

황홀했어.

거칠지 않고 잔잔한 바다, 봄날처럼 따뜻한 햇살, 기분 좋은 바람.

맑은 물결이 일렁일렁 눈부시게 빛나.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가 있어.

행복해.


그리고는 다랭이 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을 걸었어.

물론, 너어무 아름다웠고

내가 아직 모르는 우리나라의 예쁜 길이 많다는 걸 다시 깨달았어.

남해 바래길을 모두 걸어보고 싶은 큰 욕심도 생기기도 했지.


여행을 마치고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풍경이 있을 때,

나는 충만함을 느껴.

잃지 않고 얻고 돌아오는 여행의 채움이라고 생각해.

남해의 물결.

내가 받아온 선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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