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무언가 되고 싶었던 사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100번째 글을 쓴다.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고 생각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100번째 글을 기념하는 글을 쓴다.
지난해 브런치에 작가가 되고, 연이어 작은 신인문학상에서 상도 탔다.
그 후 나는 '작가'라는 호칭을 100번쯤 들었을까.
- 엄마도 되고 싶은 게 있어? 하고 싶은 게 있었어?
한참을 뜸 들여보다 대답했다.
- 음..... 뭔가가 된다면 작가가 되어보고 싶어.
라고 수줍은 대답을 했다.
뱉어놓고 나도 놀랐다. 내가 작가가 되고 싶었다고?
너무 얼토당토않은 대답을 한 것 같았다.
사람이 '무언가'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
그가 가진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 것,
그가 가진 무형의 어떤 것을 유형으로 세상에 내놓는 것,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사는 것,
'어떤' 입체적인 수식어가 붙는 사람으로 사는 것.
그중에 내가 바라는 무언가는 무엇일까.
나를 나로 밝혀주는 빛이 내 안에 있길,
그 빛이 나를 나로 밝혀주길 바란다.
나는 빛이 있길 바랐던 거다.
폭염이 길게 이어지던 여름밤.
잠결에 감은 눈 위로 환한 빛을 느꼈다.
열어 둔 창 밖으로 보름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빛은 저다지 환하구나.
마치 등을 밝힌 듯한 빛.
고요하게 밝은 달빛을 보며,
무언가가 된다는 것은, 자기 안의 빛을 밝히는 사람이 되는 것이겠구나. 생각해본다.
내 안에 빛이 있길 바란다.
나를 나로 밝힐 빛을 가진 사람이 되길 바란다.